취미로 책 읽기

읽은 척 매뉴얼

2010/04/09 12:02
읽은 척 매뉴얼읽은 척 매뉴얼 - 10점
김용석 지음/홍익출판사

책에서 만나는 딴지일보표 유쾌한 입담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4-09T03:02:430.31010
내용이 아무리 좋다한들 책이 재밌지 않다면 읽는 사람에게는 고역이다. 그런 측면에서 독자에게 이 책은 참 축복이다. 쉴 새없이 큭큭대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도 재밌게 잘 써서 관심없이 넘겼던 책 날개를 다시 보니 저자가 딴지일보 기자 출신이다. '아하~'

예를 몇 개 보이자면 이런 식이다.
(전략)그들의 자식들이나 조카들 방의 책장에 있는 <걸리버 여행기>를 발견하는 순간, 아니 왜 '19금(禁) 불온서적'이 아이들 방에 버젓이 꽂혀 있느냐 정도의 화들짝 멘트를 날림으로써 자연스럽게 읽은 척을 과시하는 게 적당하다 할 것이다.

가령 고급 공무원이나 기업의 부장급 이상 되는 우편향적 어르신 앞에서 이 책을 읽은 척해야 할 경우에는 뭐라 길게 떠벌일 필요도 없이 '제가 좀 조숙해서 현실에 일찍 눈을 뜬 편이라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좌편향 작가의 책을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 정도의 멘트면 깔끔하게 해결된다는 얘기 되겠다.

붕어빵 안에 붕어가 있는 게 아니듯,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 무슨 재래식 변소의 관할권을 두고 세력 다툼을 벌이다 마침내 왕으로 등극하는 똥파리의 일대기가 아니듯, 간혹 이 책의 제목 <연금술사>는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만 쓰였을 뿐 진짜 연금술사에 대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오판하는 경우가 있다.

독서 장정의 시작점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비슷한 류의 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인상깊게 읽어 다양한 스펙트럼의 '비독서'의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들어가는 말에서 읽은 척의 스펙트럼을 짚어내는 데 이 또한 작가 특유의 유쾌함이 배어있다. 여기서 저자가 가장 자주 걸려드는 '읽은 척'은 저자가 제일 경계하는 '오독의 읽은 척'이어서 섬짓하긴 했지만주1 위에서 언급한 책으로 '비독서'로 책 읽기에 대한 무게감을 한결 낮춰주었다면, 이 책은 좀 더 직접적으로 각 권을 읽어보고 싶게끔 한다.

흔히 반공 저자로 알려진 조지 오웰이 사실은 극단적인 사회주의자인 트로츠키주의자란 사실을 '팁'으로 알려주니 그의 '1984'를 읽어보고 싶지 않나? 걸리버 여행기가 사실은 어린이 동화가 아니라 정치풍자물임을 , 그 책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가 탄생하고 '야후'가 'Yahoo!'임을 알고 나니 이 책이 궁금해지지 않나?

이런 의도를 '저자의 말'에서 저자는 실토한다.
필자가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이유는 결국 이율배반적이게도 책 읽기를 권장하기 위해서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이다. 가장 완벽한 읽은 척은 실제로 그 책을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 읽으면 인생이 풍부하다느니, 논리적 사고를 얻을 수 있으니, 감성이 풍부해진다느니 소리보다 더 재밌고 끌리는 방법 아닌가? 그의 매뉴얼이 2탄 3탄 계속 나와서 50탄까지는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100탄이면 더 좋겠지만 저자한테 할 짓은 아닌 것 같아 50탄까지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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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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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이 읽은 척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행했으니, '상실의 시대'를 같은 저자의 '해변의 카프카'로 헷갈린 것, 또 '연금술사'를 역시 같은 저자의 '순례자'로 착각했다 [Back]
2010/04/09 12:02 2010/04/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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