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히든 브레인히든 브레인 - 10점
샹커 베단텀 지음, 임종기 옮김/초록물고기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오, 정말?

흔히 우리는 '인종차별'은 나쁜 것이라 여기고, 나는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 숱한 근거를 들이댈 수도 있다. "우리 지역에 어디서 온 누가 사는 데, 나는 상관하지 않아"라든지, "윌 스미스가 얼마나 멋진데?"부터 과학적, 사회적 근거로 흑인은 열등하지 않다는 사실(fact)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 지 열거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나의 언니가, 누나가, 동생이 결혼한다고 데려온 사람이 흑인일 때와 백인일 때, 똑같은 만큼만 당혹스러워 할 수 있겠는가? 분명 의식적으로 백인과 흑인 둘 중 누구가 더 뛰어나지 않다고 알고 있다한들, 우리 감정은 그 반대를 외칠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의식과 감정의 간극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간극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 미국 선거운동을 통해 들여다본다. 어떻게 '흑인이 못났다'라고 떠들지 않으면서도 흑인인 상대 후보를 '흑인이라 꺼림칙하다'라는 메시지를 '인셥센'할 수 있는지, 혹은 '여성은 남성만 못하다'라고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면서 '상대 여성 후보는 남성 후보인 이 후보보다 약하다'라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지를 읽고 있노라면 아찔해진다. 이런 선거운동에 노출되어 있다보면 내 무의식에 의해 나도 내 의식에 반하는 표를 던지지 않을까?

반대로, 이런 무의식을 이겨내는 선거 전략들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우리가 알 듯 지금의 미국 대통령은 바락 오바마다. 어떻게 흑인, 혹은 소수 민족에게서 동질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백인 유권자들에게도 '피해의식 가득한 흑인'이란 무의식과 반하는 선거표를 얻어냈을까? 옛날 마틴 루터 킹이 흑인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면 그는 백인과 흑인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여기에 어머니 쪽이 백인이었다는 점이 덧붙어 백인들에게도 그들이 누리던 이익을 빼앗는 '흑인 투사' 이미지가 아니라 두 인종 간의 갈등을 풀어줄 '협상가'로 투사 될 수 있었다.



왜 그들은 자살테러를 할까?

보통 자살폭탄테러를 하는 사람을 '광신자' 혹은 '복수심에 가득한 피해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어수룩하게 '성전(聖戰)의 대가로 사후에 61명의 여자를 얻기' 때문이라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해석은 다르다. 폐쇄된 작은 사회 안에서는 그 사회가 제공하는 가치관이 일반적인 가치관을 대신 할 수 있으며, 그 사회를 위해 목숨까지 내 놓을 수 있다라는 가설이다. (밖에서 보기에) 테러 그룹 내에서 '순교자'는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들에게 테러범은 자신의 동료들을 지키며 신념을 내보인 헌신적인 사람이다. 그들 사이에서 테러범은 우리에게 안중근 의사 정도로 느껴진다고 보면 될까? 그렇기 때문에 방송이라곤 '알 자지라'만 나오는 지역에서 사는 사람은 테러범은 본 받을 위인이 되고, 굳이 테러집단이 다음 테러범을 모집하지 않아도 지원자가 찾아온다.

테러 집단처럼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아도, 폐쇄된 작은 사회가 불러오는 가치관 대체를 우리도 종종 경험한다. 필자가 경험은 고등학교 때였다. 전교생이 200명이 안 되는 작은 규모에 모두 기숙사에 살며, 외출이라곤 저녁시간에 학교 앞 구멍가게 정도가 고작인 사회였다. 그 곳에서는 선배에게 90도로 인사해야 했고, 밤 12시에 후배들을 학교 복도에 1열로 세워놓고 훈계하는 곳이기도 했다. 1살 많은 선배에게도 꼬박꼬박 존칭어를 붙여 썼고, 친언니와 동갑인 두 학년 선배는 저 멀리 구름을 밟고 다니는 존재였다. 대학교에 와서 되돌이켜 보면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걸 따랐나' 싶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나 뿐 아니라, 그 작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래야 하는 것'으로 알고 따랐으니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는 편향된 사고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건가, 하는 좌절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고 있다. 백인 유권자가 카메라를 앞두고 조근 조근 "나는 그 흑인 후보의 선거 공략에는 모두 지지하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흑인이어서 꺼림칙한 마음이 들어요. 그렇지만 그를 찍으려고요, 그도 미국인이잖아요"라는 말하는 선거 광고가 있었다. 솔직한 내 감정을 인식하고 고백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의 편향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을 공정하게 '보정'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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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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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8 18:57 2010/07/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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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사마음 2010/08/10 07: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역시 글을 너무 잘 쓰세요 ^^;

    • 우연아닌우현 2010/08/10 09:42  댓글쓰기  수정/삭제

      대놓고 칭찬해주시니 이거 참 쑥쓰럽습니다^^ 저는 칭찬 대신 추천 하나면 됩답니다ㅋ 저는 꾸준히 리뷰 올리시는 천사마음님이 부럽습니다. 저는 매번 한참 미루다 올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