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정진국, 유럽의 책 마을을 가다, 생각의 나무, 2008)
책 표지부터가 너무나 아름답다.
번지르르한 코팅종이가 아닌 자연스럽고 가벼운 종이 위에 인쇄된 사진들도 한결같이 아름다워서 눈을 사로잡는다.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선택했던 이 책의 저자는 미술평론가란다.
역시... 하는 생가이 들었다.

미술평론가로서 보는 눈도 높지만, 그의 책 사랑도 참 대단하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부터 연유한 따끔한 충고도 인상적이다.
출판시장이 위협을 당하고, 그 위협에서 살아남고자 요즘 나오는 책들의 표지는 요란하다.
색을 밝게 하기 위해 코팅을 해서 번드르르한 종이 위엔 값싼 반짝임이 돈다.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그의 입장을, 북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잠시 몸담았던 나로서는 이해가 간다.
그러면서도, 또 힘든 출판업체의 입장 역시 이해가 된다.
출판이 charity 사업이 아닌 이상에야, 그들도 살아남으려면 팔아야 하고, 팔려면 눈길을 사로잡아야하니까.

그렇지만, 그런 것에서 약간 비껴서서 절제된 디자인으로 점잖은 모습을 갖춘 유럽의 책들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아도 궂이 애써서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부럽다.

작년 이맘 쯤, 터키에서 다녀와 나도 중고책방에서 책을 사겠다고 홍명상가 근처를 배회한 적이 있다.
나란히 위치한 세 곳을 발견하고 책도 오천원에 두 권을 구입했지만 사실 실망도 많았다.
책방의 대부분을 정석, 개념원리, 고시 준비, n급 공무원 준비 문제집, 그리고 누군가의 지적허영심을 위해 서가에 꽂혀있다 몇 번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왔을 전집류들..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처럼, '이 작가는 어떻고, 이 작가는 이래'라고 얘기해주는 책방주인도 있을 리가 없다.

작은 시골마을이 책마을로 변한 그 곳들이 참 부러웠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그 걸 따라하면 필시 망할 것 같지만.
저자가 개탄하는 '새 책 만드는 출판도시'라도 있는 것이 나는 다행이라고 느낀다.
저자야 아쉬울테지만, 아직 젊은 나로서는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그 곳 역시 몇 십년의 역사를 지닌 출판도시가 될테니까.
(그 역사를 쌓는 데 나를 써주면 안 될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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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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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2 21:08 2009/09/0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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