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조성주, 시대의창, 2009)

 
"엄마, 그 책 보면 우울해져."
집으로 오면서 가져왔던 이 책을 나보다 더 열심히, 더 빠른 속도로 탐독하시는 우리 엄마가 걱정스러워져서 한 마디 했더란다. 20대의 두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아마 20대보다도 더 심각히 느껴지셨나보다. 나도 이틀에 걸쳐서야 다 읽었는데 반나절에 거의 다 읽으셨다.

JM 절망

개그콘서트의 '워워워' 코너의 'JM'(절망)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
이 세 가지가 이 책이 제시하는 "절망의 트라이앵글"이다.

대학등록금이 오른다고 학교 교육의 질이 오를까? 학생들이 더 기를 쓰고 배울까? 늘 그렇듯이 내가 아는 만큼 써보겠다. 우선 재수없게도(?) 본인은 공립대학에 다니며 8학기째 장학금을 받고 있는 처지로서 대학등록금에 그나마 덜 민감했던 1인임을 실토한다. 그래서 돈을 구해야하는 20대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겠다. 정말 그런 처지에 있는 수많은 20대에게서 좀 더 생생히 들을테니까.

우리 아래 학년까지만 해도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장학금 제도가 상당히 관용적이었다. 공부를 내팽겨치지 않으면주1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이런 환경이어서 수강신청 시 '어느 교수님이 점수 잘 주나?'는 그렇게 큰 선택 요소가 아니었다. 전공 과목 외의 교양 과목은 '배워 보고 싶은가?'가 가장 큰 요건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국사'말고는 사회 영역을 접해본 적도 없는 내가 '윤리학'과 '서양문화사', '미술사' 등등을 시도해 볼 수 있었던 데는 그런 분위기가 한 몫했다. 그런데 지금 신입생들은 아니다. 물론 우리 때도 어느 과목이 점수가 후하다더라, 라는 소문은 학생들을 불러모으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신입생들, 중간고사를 치고나서 점수가 좋지 않으면 drop한다. 내가 아무리 '저건 아니지'라는 마음이 들어도 충고 할 수 없다. 점수가 안 나오면 최대 600만원까지 돈을 내야하는 그네들에게 내가 '점수 때문에 배우는 게 아니라, 배우면 점수는 얻는 것'이라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참고글: 우정아 교수님의 '인생이 억울한 젊은 영혼을 위하여')

물론 모든 대학생이 등록금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나처럼 억세게 운좋아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있고, 든든한 집안이 받쳐줄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문제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뛰며 돈 벌 때 자기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점점 더 골은 깊어지는 거다.

비유를 들어보자.
본인은 기타를 삼개월 남짓 배웠다. 이번에 집에 내려오며 자랑스럽게 갖고 내려왔다. 집에는 늦둥이로 태어나 위의 언니 두 명으로부터 '부르주아'주2라 불리는 동생이 있다. '부르주아' 답게 피아노며, 가야금,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 녀석이 내 기타를 보더니 해보겠단다. 처음 만져보는 기타를 이 녀석 줄 한번 튕기고는 '어? 이거 E음이네?'한다. 한 프랫이 반음 차이라는 설명 한 번 듣더니 쓱삭쓱삭 줄을 튕겨보고는 스케일을 쫙 훑는다. 그러더니 띵가띵가 노래 한 곡조 뽑는다.
비록 기타는 처음이었어도 악기들을 다뤄온 전력이 그녀에게는 기타라는 진입장벽이 악기를 다뤄본 적 없는 이들에 비해 낮은 거다.

마찬가지 아닐까. 남들이 길가에서 핸드폰 팔 때, 자기 투자를 한 학생들은 다른 세계를 만났을 때 진입장벽을 낮게 느낄 수 있다. 이러면서 격차는 또 벌어질 것이다.

인턴공무원

인턴이 끝난 1만명은 또 무얼할까..

청년 실업 문제..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답을 내려 줄 수 없는 문제이지 않을까. 더구나 83%의 대학진학율을 보이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고학력 청년 실업'은 보통 국가의 문제보다 훨씬 복잡하다. 일반적인 대학생의 경우 졸업 때면 학자융자금을 어깨에 지고 있고, 그들의 빚을 갚게 해주고 '학력에 어울리는' 삶을 살게 해 줄 직장은 너무나 부족하다.

S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복수전공까지 하고 졸업식대표자로서 졸업했다. 대충 반 년을 취업준비자로 보냈다. 4학년 때까지만 해도 쓰지 않았을 회사에도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써냈다. 그리고 결국 한 회사에 붙었다. 인턴으로. 집도 회사 근처로 이사하고 정직원을 목표로 안 잘리기 위해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붙은 이름은 정직원도 아닌 수습사원.

요즘엔 아예 정규직보다 돈을 더 줘서라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한다. 한 달에 십여만원 더 주더라도 쉽게 자를 수 있는 자리를 선호하는 것이다.


사회의 오해와 무관심.

거창히 사회랄 것도 없다.
바로 우리 모녀가 이 책을 읽고 있던 저녁에도 나는 그 벽을 느껴야했다. 필자의 아버지는 너무나 쉽게 "경쟁에서 이기면 되는 거 아니야?", "왜 공부 안하고 딴 짓하다 뒤늦게 후회하는 데?"라는 발언으로 우리 모녀를 경악시켰다.....

아버지, 아버지 따님 한 분은 이제 겨우 작은 회사 직원 되었고, 한 명은 5학년 올라갑니다.....


그나저나 저 '부르주아' 녀석이 대학갈 때주3는 등록금이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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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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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수업 잘 듣고 퀴즈/시험 공부 챙겨하면 [Back]
  2. 태어날 때부터 집에 승용차가 있던 녀석이다 [Back]
  3. 중간에 별 변동사항이 없다면 2015년에 새내기가 되겠다 [Back]
2009/12/21 12:47 2009/12/2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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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놀라운넘 2010/01/12 0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의 글에 동감합니다.
    IMF 가 난 해에 졸업을 한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