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몸, 욕망을 말하다

2009/11/19 23:29
몸, 욕망을 말하다

(키미러 라모스, 홍선영 옮김, 생각의 날개, 2009)

이 책의 저자 키머러 라모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욕망은 신체가 마음을 향해 보내는 대화라고 한다. 우리의 관념과 달리 마음은 신체에 우월한 존재가 아니고, 따라서 신체의 욕망 또한 억눌러야 하는 것, 다스려야 하는 것이 아니란다. 오히려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그 안에 존재하는 지혜를 따르라 내내 강조하는 책이다.

<마음이 육체보다 우월하지 않다>
굳이 '영혼'의 개념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몸의 움직임 그 자체가 우리의 존재라는 저자의 주장이 쉬이 와닿지 않는다. 그렇지만 "몸은 정신의 불완전한 이미지"라는 개념에 반해서 비추어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우리가 그동안 익숙한 것이 무엇인가.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한 행동을 결정하면 이에 몸이 따른다, 아니었던가? 이에 반해 몸의 욕구에 민감해지라는 저자는 몸이 이미 무엇이 필요한 지 알고 있으니 들어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를 감기 기운이 가볍게 느껴질 때부터 미리 안정을 취해 가벼운 증상으로만 감기를 보내는 지혜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지혜를 '질병' 범위에서 '생활' 범위로 확장시켰다고.

<시리얼 상자의 논리>
욕구를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대표적 주자가 온갖 다이어트 식품 아닐까?
칼로리를 얼마 섭취해야 하니 이것과 저것, 딱 어느 분량만큼 의식이(아니면 아예 '전문가'가) 판단하는 대로 먹을 것.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자신이 없다. 식탐도 많고, 결과적으로 남들보다 풍부한 칼로리를 섭취하며 그에 따른 정직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몸이 원하는 만큼 먹으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백수가 '이런 이런 스펙을 쌓으면 취직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꼴이다.

그렇지만 욕구를 충족하는 식사습관에 대해서는 최근 할 말이 생겼다.
나는 최근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식사 전에 기도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식사 전 기도가 있긴 하지만 외우지 않았으므로(;;) 화살기도로 대신하곤 한다. 그 때마다 이 음식이 내 앞에 놓이기까지 들었을 수고와 내가 식사할 수 있는 처지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학생 신분인 나로서는 감사할 뿐이다. 은혜로이 용돈을 베풀어주신 부모님, 농부, 식당 노동직에 임하는 분......, 그렇게 음식과 내가 만나게 된 과정을 되돌이켜 보면서 내가 많은 이의 보살핌을 받고 있구나를 느끼게 된다. 그러면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할 수 있고, 내가 뭘 먹는 지도 좀 더 의식적으로 느끼게 된다.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다이어트 효과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식욕을 단순한 음식덩어리로 해결하던 때보다 훨씬 만족스럽게 채울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종교가 없다면 진심으로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라도 해보자.

<그 밖의 이야기는...>
책장을 덮은 지 하루가 지났지만, 사실 아직 혼란스러운 면이 많다. 특히나 연애경험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성욕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까지 나에게 적용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에 관한 이야기도... 독실한 카톨릭 신자가 아닌 나로서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좀 더 들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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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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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9 23:29 2009/11/1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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