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오프 더 레코드 현대미술오프 더 레코드 현대미술 - 10점
정장진 지음/동녘


현대 미술 or 근대 미술

이 책을 받아들고 처음엔 적잖이 실망했다. 내가 바랬던 현대미술은 contemporary art였지 modern art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아티스트들은 마지막 한 명을 빼곤 저번 학기 modern art 수업 때 만났던 인물들인 거다. 다른 수업과 겹쳐서 듣지 못한 Art after 1945 수업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주문한 책이었는데!

혼자 마음대로 느낀 배신감으로 이 책은 3주 가까이 책장에서 내 미움을 받으며 꼽혀있어야 했다. "나도 그 작품들은 안다고! 모르는 작품, 새로운 아티스트를 소개해줘야지!"

크리스토 대지예술이 던진 질문

이 책의 95%를 차지하는 잭슨 폴락까지의 이야기는 필자에게 Modern Art 수업으로 친숙한 이야기들이고,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은 대게 작품 감상에 부차적인 아티스트의 뒷 얘기들이었으니, 그 이후 작품으로 나온 <포장>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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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말도 안돼!' 포문을 연 건 아마도 Duchamp의 Fountain 작품이리라. 그는 소변기에 사인만 긁적여 제출한 이 작품으로 대체 예술작품이란 무엇인지, 어느 영역까지 포함할 수 있는 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크리스토는 건물을 천으로 뒤감싸면서 우리에게 무슨 질문을 하려 했던 걸까?

책에 인용되었던 그의 인터뷰 내용을 옮겨보겠다
우리의 모든 프로젝트들은 아주 강한 유랑 민족의 특성을 가고 있다. 약한 자재들을 사용하여 텐트를 치고 사는 유랑부족들처럼, 우리들이 만든 모든 것도 사라질 것이다. 누구도 우리의 작품을 살 수가 없다. 아무도 우리가 만든 작품을 소유하지 못한다. 누구도 상업화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작품을 보기 위한 입장권도 팔지 않았다. 우리 자신도 우리 작품의 소유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작품은 자유를 말할 뿐이다. 소유는 자유의 적이다. 소유를 말하는 자의 입에서만 작품의 영원성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우리는 작품을 남겨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위 사진은 독일의 제국의회를 포장한 크리스토의 작품이다. 사진으로 남아 볼 수는 있지만, 이 작품은 설치 열흘 후에 사라졌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일정 기간 이후에는 사라진다. 영원하지 않기에, 주어진 시간 안에서 즐기고 뜻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점이 마치 우리네 삶과 일맥상통한다. 우리의 삶이 우리의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점, 이 대지예술을 통해 오브제가 변화하고 이에 따라 주변까지도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우리 자신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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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ning Fence라고 하는 크리스토의 또 다른 작품이다. 만리장성을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에서 저자는 한반도의 휴전선을 매치시킨다. 벽 아닌 벽. 그러나 Running fence와 다르게 우리네 벽은 벽 이 쪽과 저 쪽을 오갈 수 없다. 저자의 상상력처럼 우리의 DMZ에도 그의 대지예술 작품이 들어서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분단의 아품인 휴전선에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질 테고, 모르긴 해도 세계 각국의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으리라. 아니 사실 그 어느 나라 국민보다 휴전선의 의미를 잊고 사는 우리에게 시각적인 "벽"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우리가 얼마나 사실 부자유스럽고 매인 존재인 지 각성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다면 구글에서 Christo로 검색 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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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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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5 13:15 2010/04/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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