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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9 백범일지 (6)

백범일지

2010/04/09 12:04
백범일지백범일지 - 10점
김구 지음, 도진순 주해/돌베개


전국민이 '아는' 책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말하는 법 리뷰에서 잠깐 말한 모욕게임을 참가한다면, 나는 포스트에서 밝힌 <삼국지>와 함께 이 <백범일지>를 얘기할 수 있겠다. 모든 이들이 읽었을 법한 책이고, 그래서 나도 당연히 안다고 생각한 책이지만, 읽고 나서 부끄러웠다. 한 때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캠페인과 함께 전국민에게 알려진 이 책을 나는 그 때도 '남들이 하는 건 안한다'란 이상한 오기와 함께 고질적인 '고전 회피증'을 앞세워 절대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 책이다.

왜 결국 읽었는가? 읽어야 했다. 과제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이 책을 참 몰랐구나, 백범 김구를 참 몰랐구나. 상놈으로 태어나 임시정부 주석까지 되도록 그는 근현대사 주요 사건 곳곳에서 숨쉬고 활약했던 인물이었는데, 나는 오로지 "김구-임시정부" 카드짝으로만 그를 알고 있었다. 물론 그의 인생에 임시정부가 빠질 수 없고, 임시정부에서 그의 존재를 빠트릴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그런 짝을 맺게 되었는 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사족 하나. '뜨거운' 김산의 아리랑보다 나는 '우직한' 백범일지가 더 잘 읽혔다주1. 우직함이 뜨거움보다 좋아서라기보단, 단순히 더 쉬워서다. 현대어로 쉽게 풀고 친절한 각주가 덕택이겠다. 물론 아리랑도 현대어로 써졌지만, 코민테른이 뭔지, 12월 테제가 뭔지도 모르고 하이루펑이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는 내게 아리랑은 가끔 (과장섞어) 기미독립선언서 마냥 읽어도 뭔 소린지 모르는 부분이 좀 있었으니까.

그의 원작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과 별개로 이렇게 '보급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도진순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나같은 '고전 공포증' 환자마저 백범일지를 읽고 이해할 수 있다니!



물결치는 시대와 함께 했던 그의 배움

김구 선생은 젊어서는 동학 접주로 농민전쟁을 이끌었다. 패전 한 후엔 유학자에게 한학을 배웠고, 감옥에서는 신문명을 접했다. 탈옥한 이후에는 마곡사에서 이 되었고, 나중에는 기독교 신앙인이 되었다.

언뜻 보면 의아하다. 서로 충돌하고 있는 사상을 번갈아가며 몸 담근다. 위인은 한 자리에 우직히 선 나무 같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던 내겐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오히려 그의 그런 배움이 넓은 포용력과 동서고금을 아우를 수 있는 가치관 형성을 가능케 한 듯 싶다. 그런 그였기에 역사의 뒤안길로 가고 있던 임시정부를 다시 세우고 사람들은 묶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구 선생이 지금의 민주주의를 본다면?

또 한 번 놀랐던 것은, 그의 넓은 포용력에 감탄해가며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 만난 '나의 소원'에서 그나 꽤나 반공주의자였다는 점이었다. 물론 역대 정권들의 반공 정책에 비하면 '좌파'로 불릴 만큼 이성적인 비판을 바탕으로 했지만 말이다. 그가 공산주의에 대해 가장 맹렬히 비판한 부분은 국민의 의견수렴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는 곧 미국식 민주주의가 완벽한 체제는 아니더라도 현재로서 가장 나은 체제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였다. 그러면서 김구 선생은 국민의 의견수렴과 감찰이 가능케 하는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가 지지했던 미국식 민주주의가 자리잡았지만 이 시대 언론들은 자본주의에 예속되거나 정부의 압력에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MBC는 파업 중이고, 조중동은 사주의 입김에 거의 항상 기자의 펜보다 강하다. 다른 신문들도 광고주의 이익과 반대되는 글을 쓰기 힘든 입장이다.

김구 선생이 이 시대로 살아오신다면, 어떤 대안을 내놓으실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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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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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12:04 2010/04/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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