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남자 심리지도남자 심리지도 - 8점
비요른 쥐프케 지음, 엄양선 옮김/쌤앤파커스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5-05T19:36:000.3810

연애 메뉴얼이 아니다

제목에서 풍기는 냄새나 나의 "약간"의 기대와 달리, 이 책은 남자의 특징을 설명하고 이 생물을 원하는 도착지까지 데려가는 길을 제시주는 책이 아니다. 남성 전문 심리상담치료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는 이 책에서 남성의 자아발견을 위한 지도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독자도 남자로 어느 정도 가정하고 접근한다.

그러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이렇다. 보통 연애 매뉴얼이란 이름 아래 '남자 다루기'를 가르쳐 주는 책들이 '남자는 동굴로 들어간다. 그 기간엔 건드리지 말라. 남자는 공감보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동물이다'라고 설명한다면, 이 책은 '왜 남자는 동굴로 들어가는가? 왜 남자는 공감보다 해결을 찾는가? 그 것이 남자에게 불러오는 득과 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남자는 감성이 메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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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신의 깊은 호수 속을 바라보기 꺼린다

남자는 감성이 메말랐다, 감성이 부족하다는 오래된 편견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다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들 역시 인간이다. 욕망과 소망을 품고 살며 그 것이 상처 받을 땐 슬픔을 느끼고, 일상 생활에서 두려움을 자주 느낀다, 여자와 다름없이. 다만 그런 편견이 생긴 것은, 자신이 그런 감정과 욕망을 가졌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런 이유를 생물학적 접근보다 사회학적으로 접근한다. 성장과정에서 남자들은 감정표현을 억제할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 예로, 아주 갓난 아기 시절부터 엄마는 아들의 의사표시를 딸보다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딸에게는 쉽게 감정이입하지만, 여자 아기들보다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남자 아기들에게는 감정 이입보다는 놀라움을 표하며 은연 중 거부 의사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 번뜩,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일주일에 한 번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아무래도 여자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이 아이들이 말을 좀 안 듣고 딴 짓해도 밉지 않다. 내 어릴 때를 보는 것 같아 "저 나이 땐 나도 저런 것에 관심 많았으니까. 저럴 나이니까 그렇지"라는 생각에서인데, 남자 아이들에겐 이게 안 된다. 거기다 여자아이들이라면 "아~ 짜증나"라고 표현할 것을 육두문자로 표현할 때는 매번 속으로 흠칫 놀라게 된다.

거기다 더해 유년 시절 남자 어른들의 바른 롤모델이 적은 것 역시 문제다. 아버지들은 늘 근무 중이고, 유치원 선생님도, 학교 선생님도 여자 일색이다.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깨닫고 성정체성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남자가 없으니 '남성성'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대신 '여성성'을 제거하는 것으로 이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성성'이라는 것의 중심 축은 여자들이 유수하게 해내는 감정 표현이다.

때문에 남자들은 자신의 의식에서 점점 감정을 고립시키고, 그 결과로 깊이 쌓인 감정의 연못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왜 남자들은 여자들의 재잘거림을 귀찮아 하는가? 왜 "당신 오늘 기분 어때요?"라는 질문에 항상 "좋다"라고 대답하는가? 그런 자극들이 자신의 의식을 감정의 연못에 빠트리려 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그러나 의도적 감정 회피가 일시적으로 효과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자를 더 불안하게 하고 공허하게 만든다

아래는 이 이야기를 재밌게 잘 표현해서 필자를 도서관 1층 로비에서 큭큭대게 했던 부분이다.
여자의 감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남자들은 여자들이 화를 내는 건 [정서적 이유가 아니라] 생리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런 대응법은 매우 실용적이다. '감정 폭발'에서 스스로 거리를 둘 수 있고 또 안전하게 거기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란 어차피 여자의 문제가 아닌가. 생리가 분노의 원인이라면 남자는 여자의 감정적 반응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호르몬의 문제니까!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질해도 대부분 남자들이 부인하는 근본적인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다. 아내가 1년 내내 생리 중이고, 자신은 언제나 '다 좋다'는 건 여간 미심쩍은 게 아니다.주1



No More Super-sup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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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면서 요구받는 남성상, 여성상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여성에게 여성의 부드러움과 동시에 사회인으로서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커리어우먼이 되길 바라는 것처럼, 요즘 남자들은 여전히 강인하면서도 필요에 따라서는 '이야기가 통하는' 감성적인 남자가 되라고 한다. 양성성을 가지란 요구다. 슈퍼맨과 예수가 동시에 되라는 이 요구 앞에 힘들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슈퍼맨 이미지에서 해방된다는 것은 이제 그가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재테크에서 아내의 행복까지, 모든 것을 혼자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가 내려놓은 한쪽 짐을 아내가 짊어지는 것이다. 대신 그는 아내의 짐을 받아들면 된다. 아내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와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적극적인 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고, 고독이 줄어들고, 슈퍼맨의 과도한 역할을 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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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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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본문 245쪽 [Back]
2010/05/06 04:35 2010/05/0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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