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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29 유머의 공식: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재담 섭렵기 (21)
유머의 공식 - 10점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마음산책
* 이 글에는 필자의 정치적 성향이 소심하게나마 드러나 있습니다. 관점이 다른 사람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요네하라 마리표 유머 제조법

요네하라 마리 씨의 책은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도서관이나 지하철에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육성으로 터져서 곤란한 적도 있었다. 그 만큼 마리 씨의 책은 정말 정말 웃기다. 빵빵 터지는 데 책이 가볍지 않다. 유쾌하지만 얕지 않음. 내가 그녀와 이적 씨의 팬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책 머리말에는 그런 그녀가 유쾌함을 어떻게 대하는 지 명백하게 드러난다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하느 것은 웃음이다.
웃게 해주는 책을 가장 좋아하고
웃게 해주는 작가야말로 나한테 최고의 작가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얕아 보이는 고백인데도 그녀가 했기에 가볍지 않게 들린다. 그녀의 유머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고 그녀만큼 웃음의 다양한 깊이를 꿰뚫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굳이 필자처럼 그녀의 작품들을 챙겨 읽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이 책 내내 그녀는 웃음을 이끌어내는 법을 통해 우리가 '웃긴다', '재미있다'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지능적으로 설계된 것인지 이야기한다.

총 12장(章)으로 구분지어 그 요소 요소를 살피는 요네하라 마리 씨를 보면 그녀의 전작 팬티 인문학이 떠오른다. 무언가에 꽂히면 쓸데없이(?) 진지하고 분석적인 그녀. 팬티 인문학이 속옷의 진화였다면 이번에는 유머에 꽂힌 거다.



감추기의 힘 - 그가 '그 사람'이 될 때 갖는 힘

한 장(章) 한 장이 주옥같지만 그 중에서도 고르라면 '침묵은 금'을 고르고 싶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상상을 자극하다가 헛점을 찌르는 유머.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볼트모트를 볼트모트가 아니라 'You Know Who'라부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MB라 부르고 썸남 썸녀를 '그 사람' 혹은 '그 친구', 성관계를 '그것'으로 부르는 것 아닌가. 서로 말하지 않지만 같은 사람, 같은 것을 떠올릴 때 '그 사람' 또는 '그것'은 그러한 현상만으로 힘을 갖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답으로 허를 찌르는 유머는 바로 그 힘을 전복시킨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백문이 불여일견. 하나만 인용해보자.

어린 친구들은 훠이 훠이~


JTBC 마녀사냥

마녀사냥의 재미는 노골적일 듯 노골적이지 않은 것 아닐까?

최근에야 우리나라에도 신동엽과 유희열 씨의 등장으로 TV에서도 19금 소재가 등장했지만 '그런 드립하는 사람' 캐릭터가 잡혀있지 않은 한 여전히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가 성(姓)이다. 마녀사냥이 인기를 얻는 것과 채동욱 전 검찰청장이 퇴임하는 것의 기저에는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일상 중에 자연스레 프랑스에서라면 이 같지 않았을 테니.

이러한 기법으로 유머를 만들어 낼 때 성(姓)만큼 효과적인 주제가 한심한 정치와 부패한 권력일 것이다. 시대를 초월해 정치 풍자가 사랑을 받는 것도, 그런 개그를 짜는 개그맨을 정치인이 주시하는 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힘을 전복시키는 유머의 힘일 것이다.




일본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 그래도 일본이 부럽다

단순히 그런 이유로 요네하라 마리 씨가 유머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이야기를 끌어오지는 않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행적을 유머의 소재로 만듦으로써 마리 씨는 고이즈미 총리의 무비판적 친미 성향과 한국과 중국 등 전쟁피해국이었던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그의 몰지각함에 매우 매서운 비판을 날린다. 오키나와 섬을 전쟁 이후 '반환' 했다는 미군의 뻔뻔한 오키나와 섬 기지화를 비판한다.

그럼에도 나는 마리 씨가 한 겨울 바람처럼 매섭게 비판하는 일본 정부가 부러웠다. 물론 일본 정부의 뻔뻔함 때문은 아니다. 시국을 보노라면 일본 정부보다 한 술 더 뜨는 우리 정부 때문이었다. 적어도 요네하라 마리 씨는 유방암으로 돌아가셨지 않나. 한국판 요네하라 마리 씨가 있다면 글쎄, 고이 지병으로 죽을 수 있을까? 방송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글쎄, 난 모르겠다.


요네하라 마리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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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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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9 20:22 2013/11/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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