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조선의 힘조선의 힘 - 8점
오항녕 지음/역사비평사


우선 변명부터

먼저 요 몇 주 필자가 졸업연구에 버닝하느라 그동안 책 읽고도 리뷰를 쓸 엄두를 못 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니어서 오랜 기간 끼고 야금야금 읽은 책이어서 리뷰를 어찌 써야할 지도 난감해 오늘이 오도록 리뷰를 못 쓰고 있었다. 그래, 이 책 쉽지 않다. 더구나 고등학교 대학교 이과와 공과에 몸담은 필자는 사단칠정논쟁을 아무리 되짚어 읽어도 뭔 소리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디 100% 소화해야만 음식을 맛볼 수 있는가. 책 또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이해하고 다음에 더 커진 머리로 읽으면 된다 생각하고 읽으니 매력적인 책이다. 여전히 식민사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역사, 특히나 조선시대 역사를 자긍심을 가지고 그러나 냉철하게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시 보는 대동법, 그리고 광해군

대동법은 역사를 허투루 배운 이과생도 아는 제도다. 물건으로 내던 세금을 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 이 제도가 있어 상공업이 발달하게 되었으니 조선르네상스의 기둥이라는 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배운 듯 하다.

그러나 그 의미에 비해 이 어마어마한 제도를 들이기 위해 조선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신중을 기했는 지는 학교에서 잘 가르치지 않는 듯 하다. 경기도 일대에서 시범적으로 한 뒤 전국으로 확산했다고는 하지만, 그 중간 중간 백성의 뜻을 모으는 현대로 치면 설문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였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오해. 광해군이 이 대동법을 확대하려 했으나 '옹졸한' 수구파들에 의해 저지되었다는 설. 저자는 이 설을 '방납 커넥션'을 들어 적극 반박한다. 방납을 계속함으로서 얻는 이익집단은 바로 왕실이며, 그러한 이유로 여러차례 대동법을 조정신하들이 제시했으나 '천천히 가자'라며 여러 번 저지했다는 기록을 내보인다.

'부활하는 광해군' 장에서도 놀라운 사실은 계속된다. 광해군=중립외교로 알고있던 우리의 새로운 상식이, 광해군=폐왕군주라는 오래된 상식보다 결코 맞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벼이 여기던 '무리한 궁궐공사'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점을 수치를 들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비교하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가능한 한 줄여 잡았다. 혹시 부풀렸다고 의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8,900여석이 들어갔다면, 1년이면 적게 잡아도 10만석이다. 정철의 경우, 당시 무기를 담당하던 구시기에서 1년 동안 거두는 공철이 1만 근이었다. 즉, 나라의 1년치 무기 제조에 들어가는 철보다 10배나 되는 철을 석달 동안 궁궐 짓는 데 허비했다. 이 정도면 후금에 대한 방비는 이미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대후금 외교는 실용주의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눈치보기가 된다. (중략) 그러니까 아무리 적게 잡아도 궁궐 공사비는 전체 국가 예산의 15~25% 정도가 들어간 셈이다.
(중략) 대운하? (중략) (대운하 예산은) 일단 말 그대로 믿어준다면 1년 예산 중 7~8%에 육박한다. 광해군? 즉위 초부터 폐위될 때까지 전체 예산의 15~25%를 썼다. 이명박? 광해군의 지출 규모에 비하면 조족지혈, 족탈불급이다!주1

저자는 광해군의 대후금 정책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명이 망했고 후금이 청을 세웠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우리는 '중립외교'를 칭송하지만, 사실 그 것이 칭찬할 만한 것이냐는 점이다. 명은 불과 몇 해 전 임진왜란에 군사를 보내 함께 싸운 동맹국이다. 미국처럼 일방적으로 이라크 파병을 요구하는 대국이 아니라, 함께 전장을 뛴 동맹국이다. 그런 동맹국을 얍삽히 버려도 되느냐고 묻는다. 세상을 약육강식의 구조로만 본다면 중립외교는 맞겠지만, 적어도 역사는 멜서스의 인구론이 그리는 비정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 증거가 바로 광풍의 제국주의를 견뎌온 우리나라 아닌가. 그런데 다시 사회진화론에 입각해서 광해군의 외교에 박수를 보내는 것에 우리는 한 번 쯤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하지 않을까.

조선시대에 대한 기존의 오해, 왜곡, 무지 혹은 부정적 시각을 전면적으로 반론하고, 500년 왕조를 이끈 조선의 저력을 재평가한 책이다. 문치주의, 실록, 강상 등에서 나타나는 조선의 힘을 재발견하는 한편,근대 이후의 왜곡된 역사관으로 인해 굴절된 광해군, 당쟁, 단종 등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저자의 바램이 이 책과 함께 널리 퍼져 많은 이들이 조선을 다시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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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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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본문 212~3쪽 [Back]
2010/04/30 23:30 2010/04/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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