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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31 프라하의 소녀시대 (6)

프라하의 소녀시대

2010/05/31 10:25
프라하의 소녀시대프라하의 소녀시대 - 10점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마음산책


그 때 프라하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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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려서 일본 공산당의 대표였던 아버지를 따라 체코에 살며 그 곳의공산당원 자제들이 다니던 국제학교에 다녔다. 이 책은 그 때 저자가 사귀었던 친한 네 친구들에 관한 기억과 이후 번역가가 된 저자가 그들을 찾아나선 과정이 담겨있다.

아무나 접할 수 없었던 (특히나 반공을 국시 삼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더더욱 들여다 볼 수 없었던) 시대의 프라하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다는 게 퍽이나 신기하고 즐거웠다. 계획경제 안에서 구할 수 없는 넓은 노트(소련제 혹은 프랑스제)를 둘러싼 에피소드라든지, 그리스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리스 아이가 외친 그리스의 하늘 찬양, 공산당 고위간부의 호화찬란한 집안과 이 가족의 민족적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 등의 생생한 이야기들은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필자가 처음 체코라는 국가를 알게 된 건 대략 93년도였다. 그 때가 공산주의가 해체되기 전후였던 사정은 훨씬 나중에나 알게 되었지만. 그 해에 필자는 벨기에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를 뵐 겸 방학 때 유럽 여행을 갔더란다주1. 물론 당시에는 체코는 갈 수 없는 국가였으니 들어가 보았다는 것은 아니고, 동전이 잠겨있는 분수 근처에서 떨어진 체코 동전을 주워왔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그 동전이 얼마나 하나 은행에 물어보았는 데 돌아온 답은 "국교수립이 되지 않은 나라여서 쓸 수 없는 동전입니다. 가치가 얼마라고 하기 힘듭니다"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는 홍대에 프라하 성을 본딴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서점에만 가면 너무나 쉽게 프라하 여행기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들어선 프라하 땅은, 그 곳 사람들은 그 때와 다른 낯빛을 하고 있으리라.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어 다행이다.



나라와 민족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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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단골 캐리커쳐 주제였던 프랑스

그런데도 리차는 한번도 봤을 리 없는 그리스 하늘을, "그건 말야,말 쨍하고 깨질 듯이 파래"라며 자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긴 눈썹으로 테 두른 새까만 눈동자를 반짝였다. 그러곤 마치 지금 그리스의 창공이 눈부시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이었다.주2
필자는 한국 땅에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면서 그닥 애국심을 갖고 살지 않는다. 아니 때로는 사람들의 국적에 따른 차별을 발견하며 이를 귀찮게 여기기도 한다. 온 국민이 들끓을 월드컵조차 시큰둥하고, 김연아를 굳이 '한국인'으로 여기기보다 '인류의 보물'이라 여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인류를 기본 단위로 생각하는 진짜 '국제주의'가 가능할까.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을 '형제국가'로 불렀던 체코에서 체류한 저자는 이에 회의적인 생각을 품은 듯하다.
그래도 이때의 내셔널리즘 체험은 내게 이런 걸 가르쳐주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나라 사람을 접하고서야 사람은 자기를 자기답게 하고, 타인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애를 쓴다는 사실. 자신과 관련된 조상, 문화를 이끈 자연조건, 그밖에 다른 여러 가지 것에 갑자기 친근감을 품게 된다고. 이것은 식욕이나 성욕과도 같은 줄에 세울 만한, 일종의 자기보전 본능이랄까 자기긍정 본능이 아닐까.주3

18세기 영국사를 전공하신 김대륜 교수님께 들은 기억으로는, 영국인들이 자신을 영국인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프랑스와의 오랜 반감 때문이었다 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들을 '소고기를 먹는 이들(Beef Eaters)'로 정의한 것도 이 때였다하고. 영국인 뿐일까? 우리 말이 처음 사전으로 정리 된 것도 일제치하였다.

필자의 꼬마 친구 A양(10세)은 독일에서 국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전에도 외교관이신 아버지를 따라 한국, 영국, 필리핀에 거처를 옮겨다녔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며 똘망똘망하고 애교많고 붙임성 좋은 A양이 많이 생각났다. 매일 학교에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 부딪히며 살고 있을 이 아이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을까?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친구들처럼 한국이 돌아갈 수 없는 국가도 아니고, A양도 망명 중이 아니니 그 아이들처럼 한국을 애처럽게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요네하라 마리가 말한 '자기긍정 본능'이A양 내부에서작동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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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그 때 필자 나이 7살이었으니 기억나는 거라곤 비둘기와 놀이터 정도가 고작이다 [Back]
  2. 본문 12쪽 [Back]
  3. 본문 112쪽 [Back]
2010/05/31 10:25 2010/05/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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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0/06/08 1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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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아닌우현 2010/06/08 17:17  댓글쓰기  수정/삭제

      아니 아직. 너무 알려진 책은 기대치가 높아서 선뜻 못 읽겠어ㅎㅎ
      정재승 교수님, 난 글만보고 샤프한 이미지로 생각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