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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23 젊은 변호사의 고백: 그들은 어떻게 최고 권력을 위해 일하는가? (6)
젊은 변호사의 고백 - 10점
김남희 지음/다산북스

사실 오랜만에 쓰는 블로그 글의 글감은 이 책이 아니었다. 조지 오웰의 '숨 쉬러 나가다'를 써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때에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하루 만에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물론 인용된 판결문은 술렁 술렁 넘겨가며(어차피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고, 본문에서 친절히 설명해줄테니까).

길지 않은 각 장과 익명으로 전달하는 법조계 인사들의 말,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일에 대한 언급, 영화 <도가니>와 <부러지 화살> 등의 인용으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그러나 재미는 이 책의 많은 덕목 중 하나일 뿐이다. 법정에 서는 일이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평균적인 일반인과 같이 일하는 이들이 곧 동문이요 사법연수원 동기인 대다수 법조인들의 머나먼 거리를 조금 좁혀준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필자에게는, 간혹 떠오르지만 애써 무시해왔던 감정과 생각들을 좀 더 명확한 언어와 구체적인 현실로 환기시키주었다는 점이다.



법조인과 예비 법조인에 대한 양가감정

저자는 사법고시 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내부인이다. 그러면서 현재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외부인이다. 때문에 그는 대다수 법조인이 공유하는 의식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왜 일반 시민이 그러한 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오만하지만 필자는 읽으면서 "나도 저자와 비슷한 고민을 한 적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법이나 사법계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내부인이라고 우겨볼 건덕지도 없다. 다만 친척 중에 법조인이 한 분 계시는 데 그 집 아들들도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에 있어서 책을 읽으며 자꾸 대입해보게 되었다.

친척이라고는 하나 그 집안의 안부는 나보다 네이버가 더 잘 아는 사이임에도, 그래도 남은 아닌 지라 당신 편에서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시민의 한 명으로, 또다른 법조인 가족이 탄생하는 게 불편하여, 친척 집안이 너무 '잘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품고 있다.

이 싱숭생숭한 마음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니, 그 속을 헤엄치는 질문이 이렇게 요약된다.
1. 당신의 두 아들, 그러니까 내 사촌들이 원하는 대로 법조인이 되는 것, 혹은 법조계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다. 아버지가 법조인이라는 이유로, 법조인 가족에 대한 우려로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
2. 안 그래도 서울대 법대 출신 남자 판사로 대변되는 '엘리트 판사'가 법조계를 휘어잡는 마당에 그 가족까지, 그러니까 그 동일한(혹은 더하면 더할 수도 있는) 엘리트 성향을 물려 받았을 가능성이 짙은 자녀까지 대한민국 사법계에 진출한다면, 과연 이 사법계가 온당하게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진일보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오해할까봐 적자면 내 사촌이 엘리트 성향, 그러니까 권위주의에 물들었다는 이야가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성품만이 한 사람의 성향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그가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가 몸 담아왔고 몸 담을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될 성향은 저자가 우려하는 바로 그 성향이라는 점이다.


섬과 같은 그들만의 작은 사회

저자는 사법계 인물 한 명 한 명이 비도덕적인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다른 권력 집단에 비해 청렴한 사람이 많은 곳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사법고시를 힘들게 통과한 모범생들이 모인 데다 서로 한 다리 건너 알고, 그 서로 서로를 보니 자신처럼 다른 이들도 당연하게 대접받고 사는, '그들만의 작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작은 사회에서 얻게 되는 생각과 가치관이 일반 시민과의 괴리를 더욱 깊게하고 있다.

아는 사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다보면 시각이 편향되더라도 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 저자의 책을 읽노라면 이때까지 판사가 외압에 의해 다른 판결을 내렸다고 믿었던 사건들이 실은 판사 본인이 정말로 '이게 옳다'라는 신념에 따라 판결을 내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모범생으로 살며 어렵사리 고시를 패스했고 이후 인생이 펴지는 것을 댓가로 여기기에 그들이 심적으로 자신과 동일시하는 인물은 성공한 기업인이나 보수적 색채를 띤 사람들이지 '튀는 행동'을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관예우. 실은 우리가 믿는 것처럼 전관예우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짚는다. 그럼에도 전관예우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데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일견 일리가 있어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판사들이 엄청난 양의 사건을 처리하며주1 격무에 시달리기 때문에 이렇게 '잘 아는 변호사'가 부탁해서 '잘 살펴볼 수 있는' 사건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잘 아는 변호사'의 부탁을 받아 작정하고 원래 생각했던 사건의 결론을 변경하거나 유무죄 판단을 변경하는 일이야 드물 것이다. 하지만 부탁을 받게 되면, 그 사건을 한 번은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잘 아는 변호사'가 쓴 서면을 좀 더 열심히 읽어보게 되고, '잘 아는 변호사'가 제출하는 증거를 쉽게 거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 사실 그들의 직업이 판사가 아니었다면 저자가 설명하는 정도의 전관예우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는 정도'이다.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우리도 그러하지 않는가. 아는 사람 일은 한 번 더 쳐다봐주기. 그런데 그것이 몇몇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그들만의 작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인데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난히 대기업 총수에게 형량이 가볍고 '판사님'의 권위를 앞세우는 법조인의 모습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판 개입', '기소 청탁'이라는 결과만을 보고 비분강개하여 "뒤엎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대신 어떤 맥락에서 대다수의 시민들이 분개할 만한 일들을 별로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고 행했는지 살핀다. 그럼으로써 부도덕한 판사 한 명의 품성으로 돌렸을 때 보이지 않던 구조적 문제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법계 사람들이 읽어도 그다지 억울하지 않게, 하지만 시민들이 갖고 있던 오해와 불신의 출처는 명확하게 드러낸 이 책을 통해 법조인과 시민 사이의 괴리가 조금은 메워졌으면 좋겠다. 변화의 출발점은 서로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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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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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판사 한 명이 일년에 처리하는 사건이 1,000건을 넘는다. 본문 127쪽 [Back]
2013/03/23 22:28 2013/03/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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