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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0 만들어진 우울증: 수줍음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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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레인, 이문희 옮김, 한겨레출판, 2008)

사람은 누구나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불쌍히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늘 자신을 걱정하고,
나아가서 자신의 걱정이 걱정할 수준이 아닐까 또 걱정한다. 이 정도 오면 '나 우울증인가?'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고, "기분 좋아지는 약"에 대한 생각이 스쳐지나갈 수도 있다.

이 책은 이 정도의 일상적인 불안감이 '사회불안장애'와 구분되지 않고 받아들여지는 의료계와 제약회사들의 공로(?)를 들추어 낸다.



지겨운 1장, 분위기 파악이 되었다면 과감히

책장을 3장으로 넘기시길. 물론 이런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겠지만, 글쎄. 하려는 말을 요약하면 3-4줄이면 가능할 이야기를 2장에 걸쳐 매우 장황하게 풀어놓는다. 물론 그가 폭로하고자 하는 내용들의 증거물과 그 상황들을 묘사하고 싶은 마음은 매우 이해한다. 그러나 한국의료계도 아닌 미국의료계의 낯낯한 이야기들까지는 대중들에게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분위기 파악이라 함은 대충 이렇다.
1.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메뉴얼> 제3판(이하 DSM-Ⅲ)은 정신질환의 기준을 매우 낮추어놓았고
2. 그 과정이 대중의 예상보다 얼치기로 이루어졌으며,
3. 또 그 과정에 있어 제약업체를 비롯한 이익집단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였다
정도이다.

이 정도 내용과 DSM-Ⅲ이나, 팍실, 졸로프트 같은 항우울 약품명등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느낄 것이다. 참 지루한 내용이다. 이 책을 덮을 것인가, 심각히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3장부터는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으니, 책을 덮기 전에 3장을 읽자. 그래도 재미없다면 그 때가서 덮어도 되니까.




약을 팔기 전에 병을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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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팔기에 앞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이제 새롭지 않은 마케팅이다. 문제는 이 수요라는 것이 '약을 요하는 상태', 즉 병이라는 것. 그들이 한 것은 이전까지 수줍어하고, 말이 별로 없고, (당연히) 대중앞에서 연설하는 것이 떨렸던 당신에게 '그 것은 병이오'하고 각인시키는 일이었다. '당신이 그렇게 떨리고 두려운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라, 당신이 아픈 것입니다'라며 위안해준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가 없어 같이 올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 책 4장에 실려있는 광고들을 보면 재미있다가도 한 순간 섬뜩하다.

한 광고를 보자. 항우울제의 수혜자로 드는 대상은 이렇다:
새로 이사와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사람, 회사 내 지위 변동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 회사 내 지위 변동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장인, 새 사위와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여성, 은퇴를 용납하지 못하는 임원.

이 책 아닌 다른 곳에서 그런 광고를 보았더라면, 나는 '그래, 이 약을 먹으면 엘레베이터에서 다른 기숙사 사람들과 인사를 틀 수 있을 지도?' 라 생각했을 지 모른다.

여기에 있는 홍보물도 보자. 영어로 써진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난 말이 없지요. 그렇다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예요" 근심에 찬 표정에 씌여진 이 글귀들이 마음을 맴돌지 않는가? 하고픈 말을 목구멍에서 눌러내려야 했던 경험이 언제부터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경험이 되어버렸는가?

항우울제가 하는 일은 걱정할 때 생기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는 거다. 손쉽게 두려움을 외면하는 방법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환경에서 우리는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를 두고 인간 경험의 빈곤화라 칭했다.

아래 글은 내 멘토이신 선생님께서 편지에 써주신 글이다.
불안과 두려움을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
뭔가 변화가 있을 때, 혹은 익숙치 않은 일을 하려고 할 때 찾아온다는 것은-.
그를 즐기고 받아낼 수 있다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깐



내향적인 게 대체 뭐가 문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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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노는 게 뭐?

이 책을 읽으며 드는 반발심. 대체 쑥쓰러워하고, 낯 좀 가리는 게 무슨 그리 대수인가? 왜 우리는 다 사교적이고 말 잘 붙이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누가 그래?

그나마 내가 사는 곳이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마저들었다. 추구하는 인물상이 '누구와도 잘 사귀고 웃으며 대화해서 인맥이 넓고 늘 자기 확신에 찬 사람' 즉 외향적 인물로 굳어져버린 미국에 비한다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로 진중한 선비의 상을 남겨놓은(불행히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듯 하지만) 곳이 한국이니까. 저자 말대로 떠들썩한 행위들이 신중함과 경청, 주도면밀한 관찰보다 정말 나은 지 의문을 제기해야하지 않나?

저자가 인용한 조너선 로치의 <당신의 내향성 돌보기>를 재인용하면서 마무리 지어야겠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고, 혼자 있을 때는 무력하거나 시들해진다. 그들은 혼자 있다는 사실을, 또는 자기 자신을 따분해하는 듯 보인다. 외향적인 사람을 2분 동안 혼자 있게 해보라. 바로 핸드폰으로 손을 뻗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내향적인 사람들은 한두 시간 사회적 '접속'을 한 뒤에는 스위치를 끄고 재충전을 해야 한다. 내 경우는 대략 한 시간 사람들과 어울리면 두 시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규칙으로 삼는다. 이는 반사회적 행위가 아니다. 우울증의 징후도 아니다. 약물치료를 요하지도 않는다.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에 잠기는 일은 수면처럼 회복력을 주고 식사만큼이나 영양을 공급한다. 우리의 모토는 이것이다. '나도 괜찮고, 당신도 괜찮다. 조금이면 된다.'


늘 그렇지만, 글을 쓰다보면 쓰고픈 구석구석을 다 다루지 못하고 글이 너무 길어져버린다. 그러면 아무것도 안 읽고 '뒤로' 버튼으로 페이지를 빠져나갈테니, 부족해도 여기서 마무리지어야겠다. 내가 언급하지 않은 면면들(항우울제의 부작용, 약품의 정보누락, 임의적인 진단 등등...)이 너무 아쉽지만,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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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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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14:09 2010/02/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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