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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5 6인6색 인터뷰 특강: 화 (9)

6인6색 인터뷰 특강: 화

(진중권, 정재승, 김어준, 안병수, 홍기빈, 금태섭, 한겨레출판, 2009)

쟁쟁한 인사들의 재밌고 뼈 있는 특강을 책으로 옮겨놓아 매년 집어들게 하는 인터뷰 특강 책이다.
올해 강연 역시 '화'라는 주제를 다양한 분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진중권: 대중은 왜 화났고, 그 화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나라 대중에 관한 고찰이다. 우리의 냄비근성을 진중권 교수는 '구술문화'에서 찾는다. 일제강령기 직후 문맹률이 70~80%에 달했기 때문에 그 사이 서술문화가 맥이 약해졌고, 우리가 글을 찾은 지는 50여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할 때처럼 글을 통한 소통도 일시적인 특징이 많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끼워맞춘 기억일 수도 있겠으나, 내가 화를 내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던 때가 혜진선생님께 편지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말할 때는 미처 몰랐지만, 글로 내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내가 화를 내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들여다 볼 수 있게된다. 많은 경우 엉뚱한 대상을 향해 내 욕망을 표출하고 있었다.

사회적으로는 그 대상이 연예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재범군의 사태가 그러하고, 온갖 00녀들이 그러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이슈가 되면 진실이 어떻든간에 눈물을 짜며 사죄한다. '공인'이라는 타이틀의 값이라고 대중도 본인도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들은 "착해진다". 네티즌들의 언어폭력에 힘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튀는 연예인"이 줄어든다. "튀는 연예인"은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관용범위를 넓혀주는 순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서태지

90년대 염색한 머리로 방송을 탔던 서태지

윤복희 여사

우리나라 최초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윤복희 여사. 이렇듯 연예인들의 튀는 행각은 우리의 행동범위를 넓혀주기도 한다.


윤복희 씨가 계란세례를 맞으며 미니스커트를 입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걸 그룹의 각선미를 양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서태지가 과감히 머리를 염색하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검은 머리 일색일지도 모른다. 먼저장서서 튀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데, 잘못된 분노가 그 곳에 터지면 생겨야 할 "튀는" 시도들이 위축될 것이다.


<금태섭: 분노의 법, 사형제>
사형에 대해 처음으로 깊게 생각해 보았던 건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을 때였다. 엄마가 입원해 계실 때, 병실 소파에 앉아 읽었던 책이었고, 공교롭게 엄마로부터 외삼촌 이야기를 들었다. 굳이 높이 올라가서 힘겹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예가 판사로 계신 외삼촌이었다. 사형을 선고하시느라 두 달 가까이 식사를 못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형제의 피해자는 사형선고를 받는 죄인 뿐만이 아니다. 어쨌거나 그를 죽이는 선고를 내려야하는 판사에게도, 그를 죽이는 형을 시행하는 자에게도 모두 상처이다. 물론 사형선고를 이런 이유로 지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금태섭 변호사 말대로 감정이 아닌 논리로 접근해야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오판의 가능성이다. 모든 상황과 선례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결론이 사형선고라 나왔을 때, 논리적이라 할지라도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논리적 오류가 없더라도 오판은 가능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궁극적인 심판은 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죽을만큼 잘못했다는 판단을 과연 우리가 내릴 권한이 있는가? 신조차도 우리의 잘못을 죽은 이후에 판정하는 데 우리가 과연 앞서 죽일 수 있는 것인가. 죄인을 사회와 격리시킴으로서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야 구성원을 위한 길이다 할 수 있지만, 죄인을 죽임으로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안병수: 화난 음식이 화를 부른다>
새내기 시절 안병수씨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을 보고 꽤나 충격적이었다.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면서 인스턴트 식품은 정식 식사보다 내게 더 익숙한 것이었다. 그런데 전 식품회사 직원이 고발하는 과자의 실태는 무시무시했다. 대형 식품회사 L사에 일하셨던 외삼촌(위에 언급한 외삼촌이 아닌..)과 식품공학과를 다니는 언니를 둔 나로서는 더 큰 배신감이었다. (물론 처음 몇 주 과자를 끊었지만, 역시 습관은 무서운지라 오늘도 찰떡아이스를 집어먹었다...) 그래도 요즘은 전과 달리 '나쁜 걸 먹고 있다'를 자각하고 먹는다는 점은 좀 다를까...그래서 더더욱 '나쁜 음식으로 인해 벼에 걸리게 되면 일찍 죽는 게 아니라 불행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는 거죠. 그건 본인만 불행한 게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해요.' 하는 말이 무서웠다.
화장품과 클렌징 제품들

과다한 화학물질을 넣은 화장품/클렌징 제품들 역시 꾸준히 팔리는 한 존속할 것이다.

공정무역 커피, 안데스의 선물

새로운 소비패턴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정무역 커피.

당신이 만약 어떤 식품을 구입했다면, 당신은 그 식품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겁니다. 지지하는 소비자가 있는 한 절대로 그 식품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가공된 화학이 자연을 대체하는 것은 식품 뿐만이 아니다. 화장품에 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나는 대학을 들어오면 매우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화장이었다. 엄마가 화장을 안 하시는 분이셨기에 화장에 대한 로망마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하려 하지 않는다. 화장품이 독한 화학물질이라는 것을 배웠고 체득했기 때문이다. 제라늄 향 나던 바디클린저(라고 쓰고 detergent, 계면활성제, 세제로 이해하자)도 버렸다. 현재는 순비누를 거품내서 씻는 것으로 대신한다. (한 때는 머리도 비누로 감았지만, 편리함에 져서 지금은 샴푸로 감는다.) 화장을 하면서 더더욱 건조해지던 피부가 순비누를 쓰면서 좋아지게 된 것을 느낀다. 한 때 가격에 혹해 향비누를 썼다가 다시 오돌토돌 올라오는 피부 때문에 일주일만에 버리기도 했다. (순비누 경우 대부분 일본 수입산이기 때문에 개당 3천원 내외의 가격이다. 그렇지만 그 하나로 폼클렌징과 바디클린저를 대체해서 쓴다고 하면 사실 오히려 저렴한 것이다) 물론 워낙 건성피부로 타고나서 겨울엔 필요한 부분에 로션을 발라주지 않으면 파충류 피부가 되어서 필요부분에는 쓰고 있다.

어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머리를 자르는 데 미용사분이 그러시더라. 머릿결 좋다고. 요즘에는 다들 머리를 너무 자주 관리해서 머릿결이 좋은 분이 별로 없다고. 나야 거창하게 친환경관리를 한 것이 아니라 귀차니즘으로 방치한 것이었지만, 우리가 참 여러 방면으로 화학제품에 찌들어 살고 있구나 싶었다.


<김어준: 웃으며 화내는 방법> 강연 제목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책이 생각나는 건 나 뿐?
김어준은 말한다. 자기만 신경 쓰는 사람은 이기적인 게아니라 자기객관화가 안 된 것이라고. 이기적인 게 아니라 자기 방어와 변호로 바빠 에너지를 다 소모해서 남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타자를 이해하는 능력, 여기서부터 지성이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지성의 특효약을 제시해준다. 연애와 여행.나로서는 100% 공감이다. 물론 연애든 여행이든 초보딱지를 뗏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짧은 경험으로도 나를 많이 키워주었다 생각한다. 내가 첫 연애를 할 때 나를 예뻐해주시는 선생님이 그러셨다.
아마, 그가 네 깊은 바다 속에서 건져 올려주는 보물들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만큼 아름다울 것이다. 그리고 이 '진동'이 네가 그와 네 자신의 영혼을 더 민감하게 느끼고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빈다.
연애를 하면 우리는 상대 뿐 아니라 처음 만나는 자신을 배워간다. 나의 소중한 존재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느끼는 좌절감에 속상해하며 우리가 얼마나 속좁은 존재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때로는 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게 행동하며 이제껏 해온 방식과 다르게 세상에 대응해본다.


User image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할 때는 우리는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우리가 집에서 쓰던 방식들이 먹혀들지 않기 때문에 이제껏 해온 것과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행동할 것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영어를 솰라솰라 구사해도 그들은 겁먹지 않고 당연히(!) 스페인어로 답해준다. 터키에서 남자들의 대쉬는 시크하게 거절하지 못하면 오해사기 딱 좋다. '촉 규젤'이라고 하는 말은 정말 예쁘지 않아도 그저 여자면 공치사로 던져주는 칭찬이니 너무 부끄러워 할 필요도, 좋아할 필요도 없다. 인도에서 '보행자 우선주의'를 고집하면 차에 치여 인생마감하기 딱 좋다. 인도에서 우아하게 'would you like to...?' 하고 부탁하면 'pardon?'의 끝없는 고리에 빠져든다. 순천만에서 돌아오는 길은 해가 지면 캄캄하다. 새벽 3시에도 사람들이 나돌아 다니는 캠퍼스가 아니기 때문에 8시만 되면 조용히 잠드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우리는 진정한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다. 남의 탓하고 궁시렁 거려봐야 나을 게 없다. 긴바지가 땅에 고인 물에 젖어가고 있다면 접어올려 빨래집게로 고정시켜야 한다. 원숭이에게 안경을 빼앗기면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되찾아야 한다. 일요일엔 가게문이 다 닫히는 곳이라면 토요일날 먹을 것을 챙겨놓아야 안 굶을 수 있다. 그 동네를 먼저 여행한 선배들의 조언을 새겨들을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꼭 언어가 아니어도 좋다. 눈빛, 몸짓, 표정을 읽으면서 타인에게 감정이입 할 수 있는 것, 그 것이 진정한 여행 아닐까...



올해 인터뷰 특강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부터 벌써 내년의 인터뷰 특강이 기다려진다. 어떤 주제를 어떤 이의 시각으로 보게 될까?




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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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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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5 23:55 2009/10/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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