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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나비처럼

2009/10/15 16:12
불꽃처럼 나비처럼

(야설록,형설Life,2009)

영화를 보고나서 아쉬웠다.
명성황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책을 샀다.
당연히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많은 부분이 편집되었을테니까.
영화에 불만이 많다는 건 아니다. 2시간 남짓 하는 시간에 모든 스토리를 마치려면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억지로 집어넣어서 사람을 헤메이게 하다 끝나는 것보다야 낫다.

그런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영화가 멜로라면 소설은 무협이다.
읽는 내내 '내가 더 읽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내가 더 읽고 싶었던 건 무명이 아닌 명성황후인데, 너무나 명백히 소설의 주인공은 무명이다.
부제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여인, 명성황후 민자영'이란 부제가 뻔뻔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무명과 이뇌전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무명(조승우 역)과 이뇌전(최재웅 역)의 결투씬.

그럼에도 불구코 사흘도 안 되는 시간에 다 읽은 것은 기대했던 부분은 아니어도 영화가 건너 뛰고 갔던 부분을 메꿔주었기 때문이다. 이뇌관이 왜 그렇게 그를 못 잡아 안달했는지(영화에서는 '고귀한 분께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다'라는 말을 하긴 하나, 그를 죽이기엔 그 동기가 너무 약하지 않나.), 어떻게 일개 살인청부업자가 황후의 최측근 금군이 되었는지 등등. 영화는 아무래도 여성과 여성들이 같이 끌고오는 남자친구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멜로에 초점이었다(그래서 나는 냉큼 그 영화를 본 거다). 소설에서는 좀 더 무명의 '신화적 영웅 행보'에 초점을 둔다. 횡보스님의 가르침으로 마음수련을 하고 진정 영웅이 되는 과정이 세세히 묘사된다. 다만 불만은, 너무나 무협지 스타일이라는 것? 물론 그런 것을 바라는 독자로서는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무협지가 생소하고, 초초초현실적인 무술(혹은 작가의 주장대로 무도武道)을 반기지 않는 사람, 혹은 영화에서 전투씬들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소설을 읽는 내내 마주쳐야하는 전투씬들이 조금은 지겨울 것이다.

명성황후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수애

영화에서 가장 여성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장면은 아마 고종의 질투가 극에 치달은 정사장면일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서 고종은 질투는 커녕 '아웃 오브 안중'이다. 그래서 영화같은 멜로를 기대한 나로서는 조금 맥빠지기도 했다. 조승우 씨가 연기한 무명은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나는 너무나 명백히 명성황후를 편애하고 있고, 그래서 소설에서 그려지는 명성황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항렬로 따지면 외대고조할머니쯤 되는 명성황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외가가 여흥 민씨이고, 엄마가 31대로 추정. 지금도 외가는 여주에 있다), 외교와 개화에 앞장섰던 여성정치가라 여기기 때문이기도하다.

정리. 영화가 그려내지 못한 정치인으로서의 명성황후의 모습을 기대하지 말 것. '오랑캐로서 오랑캐를 다룬다'는 명성황후의 의견 표명이 몇 번 등장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 누구와 어떤 조율을 하고, 어떤 외교를 하는 가에 대한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명이란 인물에 끌렸고, 그의 영웅적 서사를 더 알고 싶다면 읽을 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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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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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5 16:12 2009/10/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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