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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02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10)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 10점
고정원 지음/리더스가이드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1-01-02T13:44:440.31010

잠시 접어두었던 꿈을 간지럽히다

당장 내일부터 신입사원이 되는 필자에게 참 묘하게 다가온 책이다. 입사하는 곳을 지원하기 전까지 필자가 생각했던 직업은 편집자였다. 그 것도 비룡소나 사계절, 푸른숲 같은 아동청소년 문학을 주로 하는 출판사의 편집자.
공대 나와서 무슨 편집자냐, 글은 제대로 보겠느냐 하겠지만,
그런 걱정까지도 모른체 하고 편집자를 꿈꿨던 이유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다가,
'이 분이라면 공감하겠다, 추천해줘야지'라는 마음으로주1 포스트잇에 메모를 적기 시작했다.
써 놓고 보니, 필자 마음이 술술 적혀버린 탓에 여기에도 옮겨볼까 한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비룡소나 푸른숲같은
아동청소년 문학 출판사의 편집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책, 와 닿는 책을 읽히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책을 읽고
'나 혼자만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끼면서
마음이 좀 더 가벼워지길,
고통이 덜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제가 꿈꾸던 편집자의 모습을 뛰어넘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이 책이어야만 하는 바로 그 책'을 읽히고 있습니다.


공부방 아이들과 본 다큐멘터리

읽는 내내 떠오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필자는 그 아이들을 대학 마지막 학년 1년 간 다녔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곤 했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있던 저자와 달리 필자는 학습보조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했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를 많이 못했던 게 못내 아쉽다주2. 그래도 여러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지켜 보는 동안 아이들이 서서히 마음을 여는 것이 보였다. 혼내시기만 하는 수녀님께는 못하는 이야기들도 수업시간에 털어놓고,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에 끼워주는 날도 있었다.

어차피 영어 능력을 키워주는 것보다 영어에 흥미를 붙이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진도를 나가야 하는 부담은 없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하루는 (책보다는 쉬울 것 같은) 다큐멘터리를 준비해갔다.
EBS 다큐프라임 중 청소년 시기 뇌 발달에 관한 이야기라 아이들에게 흥미로울 거라 믿고.
마침 여자아이들이 패가 나뉘어 다툼이 있었던 때라,
청소년 시기에 생기는 친구들에 대한 애착을 뇌의 발달로 풀어낸 내용을 들려주고 싶었다.

결과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영상물이고, 같은 또래에 관한 이야기라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워낙에 1분에 한 번씩 이름을 불러줘야 15초 집중해주던 아이들에게
1시간 가까운 다큐멘터리(!)를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조명을 어둡게 하고,
미리 준비해 간 질문지에 맞건 틀리건 쓰라 한 게 조금은 효과가 있었다.
한 명은 정말 열심히 답을 달고 있었다.
물론 어떤 한 명은 입을 달싹 다물고는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혀주지 못한 게 두고 두고 아쉽다.
지나는 말로 공부방에 꽂힌 '꽃들에게 희망을'을 추천하긴 했다.
그러나 필자에겐 저자와 같이 자연스럽게 아이가 보고파할 책을 펴놓을 내공이 없었던 터라,
필자가 하는 추천은 아이들에게는 그저 공염불이었다.


책과 멘토, 십대의 Must-have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자가 사춘기를 나는 동안 가장 큰 기둥이 되어줬던 존재를 꼽으라 하면,
역시 멘토 선생님이다.
사흘에 한 번, 이틀에 한 번 꼬박 꼬박 손으로 편지를 적어내려가면서 그 누구에게도 못 할 부끄러운 이야기를 다 전할 수 있었던 선생님과, 일주일에 4권씩은 읽어내려간 책들주3.

이 책에는 필자에게 익숙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중고등학교 때 필자에게 큰 힘을 주었던 책들을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글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하이타니 겐지로주4를 좋아한다는 저자의 말에 빙긋도 해보았다. 창가의 토토나, 초콜릿전쟁도 보였다.
필자의 사춘기 시절 대리반항(?)을 해주었던  안도현 작가의 <짜장면>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웠지만,
아이들이 <국어시간에 시 읽기> 중 안도현 작가의 <너에게 묻는다>주5를 읽는 모습이 나오니 위안 삼았다. '파도'나 '바람을 만드는 소년'도 아이들이 읽었음 하는 책인데 이 책에는 나와있지 않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아이들 역시, 저자인 고정원 선생님과 자신을 닮은 인물이 나오는 책들을 보며 조금씩 자신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인다. 필자는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이 남 같지 않았다. 지금의 멘토이신 그 선생님을 일찍 만나지 못했다면, 책과 가깝지 않았더라면, 필자의 사춘기도 이들과 다를 거라 생각하기 힘들다. 별로 사회적이지도 않았고 아빠와도 대화가 거의 없던 소녀를 무사히 성인으로 키워준 멘토 선생님과 책(을 만들어 준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 등 모든 관계자 분)들께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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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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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엄마였지만, 모녀 간에 추천사는 이심전심을 불신하는 군더더기 같이 느껴졌다. 필자의 엄마라면 필자가 추천하기도 전에 제목만으로도 집어드실 거라 믿는다 [Back]
  2. 그러나 실은 영어를 가르쳤다기보다, 아이들이 영어에 조금이라도 친숙하게 느끼게 도와주었을 뿐이었다. 같은 학년이어도 너무나 천차만별에 평균적으로 해당 학년 수준에 많이 못 미쳤고, 아이들도 별로 배우겠다는 의지가 약했다 [Back]
  3. 그 당시는 주로 "어른이 읽는 동화" 시리즈에 열광하던 때라, 책의 두께가 얇긴 했다 [Back]
  4. 하이타니 겐지로의 '태양의 아이'는 정말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Back]
  5. 보통들 '연탄'쯤을 제목으로 알고 있는 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짧지만 임팩트 강한 시다 [Back]
2011/01/02 22:43 2011/01/0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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