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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소년

2009/09/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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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플라이쉬만,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2008)
원제는 Whirligig.
바람개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브렌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가 만든 바람개비에 얽힌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꾸며져있다.

치기어리고, 자신을 실제보다 더 꾸며내기를 잘 하는 브렌트가 상류층에 들어가자마자
모욕을 당했던 날, 자살을 시도했지만 그는 멀쩡히 살고 착실히 삶을 쌓아가던 또래 소녀 리를 죽게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죄책감과 다시는 이전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그는 리의 어머니가 제안한 여행을 수락한다.
복수는 소용없다는 걸 안다고, 그러니 미국 땅 네 귀퉁이에 딸의 모습과 이름을 새긴 바람개비를 설치해서 사진을 찍어보내라고. 현실을 맞딱트리기 겁나 떠났던 도피여행이었지만,
거의 모든 신화가 이야기 하듯, 길떠남과 고독은 그를 성장시킨다.
버스를 타고 후줄근한 모텔과 호스텔, 캠핑장을 전전하며, 그는 전혀 모르던 바람개비의 세계와 별자리의 세계를 만난다. 죄책감을 털어내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바람개비이지만, 바람개비를 만들며 그는 3학년 아이들에게 배우기도 하고, 그들의 목공 선생님이 되어주기도 하며 바람개비를 만들어간다. 리의 어머니가 바랬던 것이 그런 것 아니었을까. 앗아간 딸의 목숨까지 잘 살아주는 것.

그의 행적은 신화적 성장 코드를 잘 따르고 있다.
바람개비를 처음 만드는 그는 중고서점에서 옛 주인의 주석이 담겨있는 책을 구입한다.
굳이 새 책이 아닌 손 때 묻고 지침이 남겨있는 중고 서적을 사게 한 것은 그의 새 삶이(그리고 우리의 삶이) 맨땅 맨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지혜에서 시작하는 것임을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처음 바람개비를 만들 때 브렌트는 그 책 중 가장 쉬운 바람개비를 따라 만든다. 모방은 언제나 창조의 첫걸음이니까. 그렇지만 두 번, 세 번 만들때마다 그는 그 만의 창조력을 부여하고 그 내용을 책에 기록한다. 그리고 네 번째 바람개비를 만드러 가는 길, 버스에(그러니까 세상 속에) 그 책을 놓고 내린다. 책과 그 주인이었던 사람의 노트없이 그동안 쌓아온 내공으로 만드는 바람개비의 재료는 모두 헌 재료들이다. 이제껏 준비된 채로  공구점에서 기다리던 재료가 아니라 세상에 뒹굴던 맨 모습 그대로의 재료들로 그의 온전한 첫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와중에 만난 화가와 이름도 나누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을 관광객이 아닌 범죄자라 이야기한다. 자살을 시도하다 자신은 죽지 않고 장래가 촉망받는 소녀를 치여 죽였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든 그 바람개비를 화가의 집에 설치하고 여행 이후로 처음 마을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자신만의 온전한 창조고백을 통한 인정으로 그는 다시 세상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그가 여행하는 동안 별자리와 곤충 등, 자신 바깥의 세계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주의해볼 만 하다.
길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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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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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17:22 2009/09/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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