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웰컴 투 뉴스비즈니스 - 10점
요리스 루옌데이크 지음, 김병화 옮김/어크로스

이 책의 내용은 무엇일까?
1. 초짜 저널리스트의 뉴스 들여다보기
2. 초짜 저널리스트의 아랍 세계 들여다보기

2개 다다. 그리고 이는 내가 이 책을 선뜻 산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 역시 국제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까이 있는 초짜이기 때문이다.


초짜 저널리스트의 뉴스 들여다보기: 미디어 전쟁의 숨은 손, 홍보와 대변인

홍보팀에서 일한지 2년이다. 이제는 이상하게도 여기지 않게 되었지만 처음만 하더라도 내가 생각했던 언론이 돌아가는 모습과 실제의 간극에 고개를 갸웃하곤 했다.

이른바 보도자료. 기사를 기자가 아니라 홍보팀에서 쓴다?
그래, 기자는 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 거리를 찾아내는 것이겠지.
결론만 말하면 기사는, 보도자료에서 토씨만 바뀐 채 나왔다. 초초짜였던 나는
"남이 써준 기사를 그대로 내면 도대체 기자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야?"라며 분노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까지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보건데 꼭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물론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뭐, 언론의 전파력이 수퍼 울트라 갑이니 최대한 언론의 편의를 위해 을인 홍보팀들이 최대한 갑의 편의에 맞게 글감을 준비할 수도 있다(이 같은 타협은 필자가 직업생활을 큰 양심의 불편함없이 계속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런데 이런 '보도자료'가 단순히 '우리 이렇게 잘난 거 알려주세요'가 아니라면 어떨까?
대립하는 양 진영에서 내는 '저들이 나쁜 쪽이에요'라면? 상대의 잘못을 부각해 나의 잘못을 덮는다면?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예루살렘 유대인 구역의 프레스센터다. 이스라엘 홍보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그것이 CNN에서 어떻게 소개되는가 하는 문제다
미디어, 특히 영상매체를 통한 사실 왜곡

미디어 왜곡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꿔 놓을 수 있다.

2차 인티파타주1 중 이스라엘 군인 2명이 린치를 당했다. 이 일 직후 5성 호텔에 있는 프레스센터에는 린치 장면의 사진, 그 병사들의 묘지 가는 방법, 이스라엘 병사의 대민활동 사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 연락처 등등. 언론을 위한 밥상이 다 마련되어 언론은 그저 내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나간 '린치 당한 이스라엘 군인' 이미지가 세계를 휩쓰는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도시에 폭격을 가했다. 그들의 자료에 이스라엘 피해자 수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팔레스타인이 죽었다는 사실이 언급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미디어 정책은 홍보팀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도 놀라웠다. 체계적인 블랙북주2을 갖춘 데다 언론이 좋아할 만한 '사례'들까지 미리 포섭해둔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보다 서구인과 외모적으로 가까워 감정이입이 쉽다는 덤까지 누린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이스라엘에 편향된 뉴스가 미디어를 채운다주3.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이렇게 영리하게 미디어를 끌어들이는 동안 팔레스타인은 왜 멍청하게 있는 것일까? 이스라엘 군인 린치가 일어났을 때 왜
린치가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에게 무슨 이익이 되겠습니까? 팔레스타인인들은 UN과 국제법에 따라 자신들이 얻을 자격이 있는 것 이상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의 나라, 그리고 30년 이상 계속되는 이스라엘 점령의 종식, 바로 그것입니다.
라고 똑부러지게 말하지 못하고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중략)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범죄를....(중략)..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적으로 이를 거부합니다
라며 중언부언, 편집도 되지 않게, 결국 TV에 나올 수도 없게 말하는 것일까?



초짜 저널리스트의 아랍 세계 들여다보기: 독재자에게 갇힌 세상, 자유 언론이란 없다

팔레스타인이 미디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인만큼 세련되지 못해서일까?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 나는 이것이 팔레스타인인의 능력 부족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적 관심사 기사를 쓰게 되고 당국 소속이 아닌 팔레스타인 저명인사, 의사, 인권운동가, 사업가, 학계 인사들과 자주 이야기하면서 그 생각은 바뀌었다. 이들은 박식하고, 자기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줄도 알고, 아이러니도 즐기는 유능한 사람들이었다. 왜 이런 사람들이 CNN에 나오지 않는가? 나는 그들엑 자기 나라의 미디어 이미지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아느냐고, 그런데도 당국은 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로 했다.
저자가 이런 고민 끝에 내린 답은 독재 정권이기 때문에, 독재자 말고는 그 누구도 주목받지도, 대우 받아서도 안되는 사회이기 때문이었다.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매력있게 어필하던 여성 하난 아쉬라위가 주변으로 밀려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언론이 주목하고 그래서 국민이 주목하는, 차세대 지도자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 대변인은 이목을 끄는 순간, 그들이 지도자에게 위협이 되는 순간 모든 특권을 잃게 된다. 또한 미디어가 우호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평화적인 시위마저도 '민주화 항의'가 될까봐 두려운 지도부는 시위를 해산시킨다.

또한 독재 정권은 야당이 없다. 야당은 국가 내부에서는 미운 털일지언정 국제 무대에서는 좋은 카드가 된다. "우리 반대파를 보시오. 이 이상은 양보하고 싶어도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소이다"라고.
팔레스타인 자치기구는 이런 식으로 이스라엘 측의 요구에 대응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는 그들 등 뒤에서 압박을 가하는 정치적 반대파가 없기 때문이다. 모두 아주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니 나도 이스라엘과 서구 정부가 어떤 미사여구를 늘어놓든, 왜 실제로는 독재자와 상대하는 편을 더 좋아하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보다는 한 명의 강자를 상대하고 조종하는 편이 더 쉬우니까. 게다가 독재자는 미디어 전쟁의 싸움터에 최고의 인물을 내보내지 않는다.

이렇게 미디어 전쟁의 속살을 파헤치고도 이 시간을 살아낸 저자마저도 이라크 전쟁 이후에는 미디어 패잔병이 되어 기자직을 털고 나왔다. 미국은 이스라엘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몇 배씩 큰 미디어 부대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충격과 공포'를 만들어 낸 그 이라크 전의 실체를 국제부 기자의 시선에서 보고 싶다면, 긴장감을 놓을 새 없이 이 책의 판권 페이지까지 읽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뉴스에 등장할 수 없었던 전쟁의 진짜 얼굴은 전략 게임이 아니라 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아이, 자해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고통이기에 자해하는 사춘기 소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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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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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민중봉기 [Back]
  2. 예시를 모아둔 포트폴리오 [Back]
  3. 우리나라에서야 이곳이 '아웃 오브 안중'이다 보니 이 지역에 대한 소식이 국제뉴스보다 NGO 직원의 활약담으로 전해와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듯 하다. [Back]
2012/10/28 21:43 2012/10/2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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