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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7 (자기 진화를 위한) 몰입의 재발견 (28)
몰입의 재발견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2009, 한국경제신문)

Flow에서 칙센트미하이 박사가 '몰입'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 지 보였다면 이 책은 궁극적으로 Flow를 통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추고 있다. Flow란 책을 읽었다면 조금 겹치는 부분을 간간히 보게 될 것이다. 때문에 Flow란 책을 읽은 지 오래 되었다해도, 혹은 아예 읽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을 겪지 않으리라 본다.


진화의 주체, 밈?

Playing Guitar

음악도 밈의 한 예이다

밈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정의한 개념으로 칙센트미하이 박사의 표현을 빌어 "인간의 의도적 행동으로 생산된 반영구적 정보/물질 패턴"이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진화의 주체를 우리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인류공동체가 커질 수록 우리의 DNA가 지구상에 더 퍼져나가는 것은 맞다. 그러나 밈이 진화의 주체이고 밈의 진화를 돕기 위해 우리가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칙센트미하이 박사의 이런 주장에 나는 멈칫했다. 반박하고 싶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니라고 증명하고 싶었다. 왜 아니겠는가? 인류의 부산물이었던 밈이 우리 위로 올라와있다는데!. 그 어떤 이유보다 신념이 앞서 부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노를 당연히 예상한 저자는 독자들을 구슬린다.
"밈은 인류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잖아요!" - "인류도 식물없이, 환경없이 존재할 수 없어요. 그러나 인류는 진화해요. 마찬가지예요, 밈은 인류없이 존재할 수 없지만 밈은 진화해요."
"밈은 생명체가 아니예요! 자가복제도 못 하잖아요!!" - "생식을 넓게 해석해야해요. 밈은 인간의 지성에서 생존하고 인간 의식 내부에서 그 이미지를 복제해요."
(이런 대화 형식은 우정아 교수님의 글 '인생이 억울한 젊은 영혼을 위하여'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힌다)

다음 인용을 통하면 좀 더 쉽게 이해되리라.
내가 라디오에서 들은 어떤 음악은,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로 며칠간 내 마음을 지배하면서 내가 그곳에 쏟아 붓는 정신 에너지 덕분에 살아남을 수도 있다주1그 음악이 정말 좋아서 내가 그것을 휘파람으로 불 정도라면, 내 휘파람을 들은 다른 사람도 같은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주2. 밈은 진화라는 무대의 새로운 배우이고, 우리는 밈이 그 생물학적 이전 세대와 똑같이 작용하리라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밈의 진화는 유전 정보가 변하고 전달되는 방식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밈 사이의 경쟁은 대립유전자 사이의 경쟁과 유사하다. 사람들이 서로 대안이 된다고 인식하는 동일한 선택사항이 2개 이상 존재할 때, 이 중 어떤 선택이 지지되는가에 따라 미래의 사회 형태가 달라진다.
-p.188


밈의 진화와 복합성

Chocolat

'자기절제' 밈이 과도하게 분화한다면? 영화 'Chocolat'

어떤 밈이 선택받았다는 것은 그 밈이 유용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작곡가 중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이 오래 살아남아 여전히 연주되고 있는 이유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음악들보다 더 강렬한 경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어떤 밈들은 일정 시간이 흐른 후부터는 이롭지 않은 방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친족간 의무, 종교적 가치, 명예, 민족적 존중이 그렇다. 이러한 밈 덕분에 인류는 발전 동기를 얻거나, 사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밈이 번식하는 것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혼란을 맞이했다.

'열녀'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죽었던 숱한 조선 여인들, '부정'을 피하기 위해 죽어가는 사람을 피해갔던 바리사이파 사람들......,

이러한 진화의 방향들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복합성'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이 복합성은 다시 '분화'와 '통합'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복합적이다'라는 표현은 '복잡하다'와 구별해야하는데, '복잡한 것'은 분화되었으나 통합되지 않은 형태다. 기능만 많은 mp3보다, 기능도 많지만 사용도 편한(통합이 잘 된) mp3가 더 '복합적'이라는 거다.주3 이런 복합성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진화를 끌어나갈 때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저장을 주장한다.


분화와 통합을 통한 성장, 그리고 플로우의 역할

Linus Pauling

노벨화학상과 평화상을 수상한 폴링

애이브러햄 매슬로나 래리 콜버그, 제인 레빈저와 같은 사회심리학자들의 '자아발달' 단계를 보면 공통적으로 '주의를 내부로 기울이기'와 '외부로 기울이기'를 오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기본적 욕구 - 사랑받고 싶은 욕구 - 사랑(공헌)하고 싶은 욕구 순이랄까.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도전과제를 인식하고 이를 파헤쳐 해결하는 것은 분화에 속한다. 그러나 진정한 자아실현에는 이러한 분화 뿐 아니라분화로 파생된 결과물을 주변과 조화시키는 즉 통합 역시 필요하다. 저자가 이에 성공한 예로 드는 사람은 라이너스 폴링주4이다.

폴링의 전기는 복합성의 사례를 담은 교과서다. 젊은 시절 폴링은 아원자 차원의 양자역학과 화학원소의 분자구조 사이의 연관을 상상할 수 있었고, 그 관계의 특성을 증명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한편으로 폴링은 이 시기를 고도로 전문화된 지적 분화 과정에 일차적으로 바쳤다. 나중에는 방향을 전환하여 통합에 에너지를 투입한다. 폴링은 과학자의 사회적 의무와 자연에 대한 의무에 관심을 기울였다. 부주의한 핵개발에 반대하여 자신의 명예뿐 아니라 목숨까지 걸었고, 핵무기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을 조직했으며, 일정 기간 정치에도 관여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노벨평화상도 받았다.
-pp.309

Charles Darwin

Charles Darwin

나는 라이너스 폴링처럼 분화 과정을 거쳐 통합을 이루어 낸 인물 다윈을 떠올렸다. 알다시피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자연선택설"을 주창한 사람이다. 이 과정은 분화에 대응시킬 수 있다면 그의 후속작 <인간의 유래>는 진화가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사색이 담긴 통합 과정이라 생각한다. "자연선택" 개념만 놓고 본다면 멜서스의 "인구론"과 스펜서의 "Survival of the fittest"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이론들은 언제든지 권력자의 이념적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자연선택설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유래>를 통해 "집단선택설"을 주장햇다. 여기서 다윈은 인간은 타의적인 행동을 하는 이기적 동물이란 결론을 내놓았다. 이는 인간 사회가 만인의 서바이벌 게임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위할 줄 아는 공동체여야 인류가 발전해 갈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저자는 성장을 위한 촉진제로 '플로우'로 꼽는다. 사람은 플로우를 통해 내적 최적 상태에 이를 수 있고, 이러한 즐거움은 탁월함을 이끌어 내는 요소임은 아리스토텔레스 때 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단테 역시 자신의 존재를 펼쳐 보이는 것에서 사람은 즐거움을 얻는다 하였다.주5(물론 세파에 의해 왜곡되어 그 욕구가 숨어들 수 있겠으나..) 다만 자신을 드러내는 행동이 폴링이나 다윈이 그랬듯 복합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인지, 이 시끄러운 세상에 엔트로피만 더 추가시킬 일인지를 분간하는 것은 성장하려는 사람의 몫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진화를 위한 질문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고르라 한다면, 나는 매 장(章)의 마무리로 오는 '자기진화를 위한 질문들' 페이지를 고르고 싶다. 여기 질문은 마치 '수학의 정석'의 연습문제같다. 한 문제 한 문제를 풀(려고 하)다보면 이 장에서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거구나, 우리가 이렇게 변하길 바라면서 책을 썼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 여기 나오는 질문들은 구체적이고 개인적이다. 예를 들면 '음식이나 기타 꼭 필요한 생필품을 제외하고, 당신을 살아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자신의 경험을 복합적으로 만들려면 일상생활이나 직업에서 어떤 외적 요소를 바꾸어야 하겠는가?' 하는 식이다.

첫 번째 질문에 답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나를 살아있게 해 주는 것 중 하나는,지금처럼 글쓰는 일 아닐까? 말이 어벙한 나로서는 나를 표현하게 해주고, 그 표현을 통해 다시 나는 나를 읽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무엇을 느끼는 지 선명하게 깨닫기 때문이다. 이런 글쓰기에는 일기장이나 저널처럼 독자가 나 뿐(이라고 적어도 믿는) 경우도 있지만, 이 글처럼 다른 독자들이 존재하는 경우 나는 글이 좀 더 복합적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러므로 '책 읽었다 자랑하가'라는 단순한 경험을 복합적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 준 독자(바로 당신!!!!)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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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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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여기서 '텔미'나 '노바디'를 생각하고 있다면 구웃~!! [Back]
  2. 원전이 93년도에 나왔으니 '휘파람' 정도로 표현했을 것이다. 요즘은 아예 UCC로 전세계 인터넷세상에 알리지 않는가! [Back]
  3. 아이팟 휠을 처음 보았을 때 감격을 되살려보자 [Back]
  4. 그를 더 알고 싶다면 톰 헤이거의 '화학혁명과 폴링'을 (개인적인 이유로) 추천한다 [Back]
  5. 본문에서 재인용, pp.277 [Back]
2009/12/27 21:39 2009/12/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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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fe con leche 2010/01/23 0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Flow 라는 주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되어, 몰입의 재발견 정보 찾다가 우연히 들어왔어요. 글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종종 들어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