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10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사실 필자는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도 별 감흥이 없었다. 서점에서 표지를 질리도록 보았던 <나쁜 사마리아인>을 읽지 않았을 뿐더러 장하준 교수의 다른 책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주1. 그래도 <빈곤의 경제학>과 <빈곤의 종말>을 권해주셨던 분이 강력추천하신터라 읽게 되었다.


자유가 그저 좋기만 한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연예뉴스에 뜬 지피베이직의 막내 제이니의 출연 중단 소식을 읽었다. 아직 12세인 제이니가 고용금지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한 없이 자유가 좋기만 하다면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 12세이건, 6세이건 본인이 원하는 데 왜 막느냐
그러나 일반적 수준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아직 미성숙한 상태의 아동이 충분한 성장을 하도록 선택의 자유를 유보하는 일이 필요함을 인지한다.
아동만이 미숙한 존재가 아니다. 이 사회에는 여러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실업자, 장애인, 빈곤계층 등등. 이들 중에는 내일 먹을 밥 한끼를 위해 기꺼이 최소임금 이하의 임금을 수락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자유롭게 그 일을 선택하도록 우리는 놔두어야 할까?

좀 더 다른 시작으로 '부자유'가 일으킨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언급도 있다.
한국의 발전이 대표적인 예이다. 섬유 사업으로 돈을 벌려 했던 LG를 강제로 전선사업으로 이끌었던 한국은 LG 전자를 탄생시켰다. 또한 수 많은 기업 규제는 기업이 날림으로 '세우고 보자'란 무모한 시도를 막는 벽이기도하다. 이 허들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만이 기업을 세움으로서 실패율을 낮추는 제도를 일방적인 '부자유'로 보고 '줄. 푸. 세'를 주장하는 것이 옳을까?



우리가 잘나서 이만큼 잘 사는 걸까?

봉사활동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서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필자의 답은 '채무이행'이었다. 필자는  패리스 힐튼 같이 극단적으로 잘나게 태어나진 않았지만, 크게 불편하게 산 적이 없고 더욱이 교육적인 측면으로는 특이하다 할 정도로 몰빵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물론 필자가 노력없이 운 좋아 얻었다고 하면 심하게 억울하다. 분명 필자가 노력이 더해져서 이만큼이나 갖고 있다. 그렇지만 애초에 노력할 수 있는 토대, 노력해야 한다는 태도는 필자의 노력이 아니었다>필자는 운 좋게 고등교육에 교육학까지 배운 부모님 아래 태어났고, 자연스럽게 부모님 곁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퀴즈쇼를 돌려보며 자랐다.

필자가 만약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백번 실례를 해서 필자가 원래 근면성실한 사람이라 열심히 살았다 한들 대학 문턱 근처에라도 갈 수 있었을까? 아마 공부하고 싶어도 읽을 책이 없고, 숙제를 하려해도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었을 것이다. 아니, 숙제를 내주는 학교를 다닐 수 있었을 지도 의문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성공 혹은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내가 잘나서 성공한 것이고, 너는 노력이 부족해서 실패했다는 식으로. <히든 브레인>에서 나온 편향에 대한 비유를 빌려오자면 우리는 우리를 밀어주는 조류를 쉽게 잊는다>마찬가지로 그들을 거슬러 밀어내는 조류도 쉽게 무시하고 그들의 능력부족으로 귀결해버린다

국가 수준으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과 미국은 그 곳 국민들이 잘나서 지금 이만큼 사는 것일까? 아프리카나 남미 국가에게 자유무역을 하자고 주장할 입장일까? 필자가 어릴 적만해도 '신토불이'라며 국내산 제품을 장려하던 곳이 한국 정부 아니었던가? 미국 역시 지금의 미국이 있기까지 수많은 원조와 보호무역 조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그들의 주장이 참 뻔뻔스럽게 느껴진다. 물길을 거스르고 있는 저개발국가들에게 물길을 타고 있는 우리와 대등하게 경쟁하자는 것이 과연 '대등하게' 여기는 것인가?



우리는, 전문가는 한계를 지닌 사람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까지 물리를 참 좋아했다. 과학자가 꿈이었고, 당연히 석박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과학을 배울 수록 세상에 대한 진리에 다가설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 필자는 석박사도 하지 않고 있고, 전혀 과학과 상관없는 분야에 있다. 물론 다른 여러가지 요소가 있지만, 과학자라는 전문가에 대한 회의도 한 몫했다. 과학자란 직업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필자가 기대했던 만큼 과학자들이 과학의 범주에 속하는 세상주2마저도 명확하게 풀이해내지 못한다는 점을 알았다.

그리고 머리가 조금 굵어지니 굳이 이런 문제가 과학계에만 있는 것도 아님을 알겠다. 전문가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정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리하여 편한 답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이런 깨달음이 찾아 올 것이다.

There is always an easy solution to every problem—neat,plausible and wrong.
—H. L. Mencken (1917)
경제학자라고 경제를 빠삭하게 알 거란 것 역시 일반인들의 기대에 불과하다. 그들 역시 쉬운 답을 쫓고 있고 default에 대해 별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이 경제는 경제위기를 몇 번씩 오간다. 그들의 말을 100% 믿을 필요는 없다. 노벨의학상 받은 과학자 중엔 암을 쥐가 옮긴다는 논문으로 받은 사람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 받은 피터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들이 신고전파적 이론을 주장한다고 이를 진리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주3.


필자도 인식의 한계를 지닌 사람으로, 23가지 중에 3가지라도 제대로 언급했는 지 모르겠다. 많이 부족함을 쓰면서도 느낀다. 다만 그의 단단한 내공으로 얻은 작은 일깨움과 이로 인해 필자 머리에서 일어난 '통섭'을 조금이나마 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부족한 글이나마 내 놓는다.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11-07T13:23:01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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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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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굳이 왜 <나쁜 사마리아인>을 읽지 않았으냐 설명하자면, 청개구리라서 그랬다. 너나 나나 다 읽는 책은 매력이 반감한다는 말도 안 되는 필자의 생고집이었다. [Back]
  2. 과학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세상-종교나 미신, 형상학적인 세계까지 과학이 설명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Back]
  3. 이에 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1월 호 '노벨 경제학상은 실업률 못 줄인다'를 참고해보시길 [Back]
2010/11/07 22:22 2010/11/0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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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자본주의와 주류경제학의 이면

    Tracked from 인투더리뷰 2010/11/22 10:46  삭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자본주의와 주류경제학의 이면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교수의 신작이 출간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영국에서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

  2. Subject: 장하준, 시장만능 자본주의의 실체를 고발하다

    Tracked from 如江如湖 2010/11/23 12:23  삭제

    이명박 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돌았다. '실용'으로 포장된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공정한 사회'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그동안 경제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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