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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7 쉬나의 선택 실험실: 선택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100가지 심리실험 (10)
쉬나의 선택 실험실쉬나의 선택 실험실 - 10점
쉬나 아이엔가 지음, 오혜경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필자는 불길했다. 저 유명한 고전 <스노우 화이트>에서 본 빨간 사과 때문은 아니고 심리학+선택이란 주제가 얼마 전 읽은 배리 슈워츠의 <선택의 패러독스>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어쩐지 많은 결론이 겹칠 듯한 예감. 그리고 늘 그렇듯이 불길한 예감은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미없었느냐? 아니, 아니었다. 이 내용은 아래에서 더 다뤄볼 것이다. 우선은 책의 전개에 따라 이야기를 펼칠테니, 조금만 궁금한 마음을 참아보시길.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7-06T23:25:570.31010



중매결혼, 나쁘지 않은데?

이 책에서 가장 신선하고 가슴 떨렸던 이야기는 두 인도 젊은이의 중매결혼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두 젊은이에게서 태어난 이가 바로 저자다! 이 결혼 과정은 우리 옛날 결혼과 아주 비슷한 점이 있다. 결혼식 때까지 상대 얼굴조차 모른다는 것. 그런데 절대 바래본 적이 없던 이런 식의 결혼이,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좀 흔들렸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연구자들이 밝힌 애정척도 점수를 보면 연애결혼 한 부부들이 91점 만점에 평균 70점으로 출발해 40점으로 꾸준히 주저앉은 것에 반해 중매결혼한 부부들은 평균 58점에서 시작해 10년 후엔 68점으로 올랐다. 연애결혼이 뜨겁게 시작해 점점 식어가는 과정이라면 중매결혼은 맹맹한 상태에서 서서히 시작해서 따뜻해지는 과정이랄까? 물론 함부러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필자는 10년 연애를 해서 아직도 크리스마스 때면 두 분이서만 데이트하시는 친구 부모님을 알고 있다. 중매결혼 역시 맺어주는 이들의 농간이 끼어들면 골치아픈 결혼이 되는 지름길이다.

연애결혼과 중매결혼의 차이를 두고 시작된 저자의 이야기는 문화에 따른 선택의 효과 차이로 옮겨간다. 8살 내외의 아이들로 구성된 피실험자들이 부모의 권유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실험인데 앵글로색슨 계열의 아이와 아시아권 아이가 대조를 이룬다. 실험결과도 결과지만, 앞의 아이가 "엄마가 이걸 고르랬다고요?"라며 어이없어 한 것에 반해 아시아계 아이는 실험을 마치고는 수줍게 "우리 엄마에게 저 엄마 말씀 잘 따랐다고 전해주세요"라고 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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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는 이런 이야기가 꽤나 익숙했다. EBS의 다큐멘터리 "동과 서"주1에 이 실험을 재현하는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아시아권에서는 다른 사람 눈을 나를 규정하는 관계적투사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서구권에서는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결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면서 저자가 일본에 있었을 때 일을 소개한다. 녹차를 시키면서 "달달하게 마시고 싶으니 설탕을 넣어주세요"라고 부탁한 것이다. 당황한 직원에 매니저까지 나와 "녹차는 설탕을 넣어 먹는 게 아닙니다"라며 저자를 설득시키려 했단다. 나중엔 설탕이 없다고까지 하며 극구 반대했다. 물론 이 주문을 철회하고 커피를 시키니 각설탕이 함께 나왔지만.

미국이었다면 어땠을까? "녹차는 이렇게 마시는 것"에 대해 그리 깐깐하지 않았을 것이다. "손님 취향이 그렇다는 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하지 않았을까? 개인의 자유에 민감한 그들이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아시아권의 "이건 이렇게 하는 것"이란 게 나쁘다고 생각치 않는다. 설탕 넣은 녹차를 상상할 수 없어서일 뿐만 아니라, 그런 요구들이 대부분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생긴 것이고, 이를 따르면 실수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결혼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연애결혼은 "(누가 뭐라 한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살겠다"이고 중매결혼은 "가족(혹은 중매자)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내게도 좋은 사람이다"란 전제가 깔려있다. 내게 좋을 것을 판단하는 기준의 차이-'나'인가 '다른 사람들'인가 - 로 볼 수도 있겠다. 이 둘을 조합한 형태 '선'주2이 이 시대 결혼형태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선택의 패러독스>에 인용된 실험- 잼 고르기

잼 고르기 실험. <선택의 패러독스>에 주구장창 나오는 실험이 드디어 이 책에 등장했다. 그런데 어! 이 실험을 실행했던 사람이 바로 저자다. 그러니까 저자의 실험결과를 <선택의 패러독스>의 배리 슈워츠가 인용한 것이었다.

때문에 배리 슈워츠는 소개할 수 없었던 실험 뒷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짧게는 마트 고객들의 반응을 숨어 기록하던 대학원생이 절도죄로 몰릴 뻔한 해프닝이고, 길게는 이 실험의 설계과정과 동기다.

물론 실험결과를 통해 보는 요점은 배리 슈워츠의 결론과 비슷하다. 선택지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비슷비슷한 선택지가 많으면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고, 이는 선택의 결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생각보다 선택의 자유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때 선택지의 개수는 꼭 객관적이지는 않다. 다이어트 콜라와 그냥 콜라, 사이다, 주스를 놓고 고르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4가지 선택지로 여길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탄산음료와 주스 2가지로만 여길 수도 있고, 아예 어떤 사람은 음료수를 마실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로만 여길 수도 있다.

때문에 숱한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도, 자신의 선호를 알고 있으면 쉽게 선택지를 줄여 나갈 수 있다. 필자는 지금 쓰고 있는 mp3 플레이어를 고를 때를 되돌이켜 보면서 이를 읽으니 쉽게 이해가 갔다. 시장에 나온 mp3는 수천가지다. 잼 실험 결과에만 의하면 필자는 무척 스트레스 받고 선택의 결과에도 불만족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지금 mp3에 매우 만족해한다. 애초에 mp3를 고를 때 8GB 용량 이상, ipod보다 싼 가격, 태그를 통한 정렬이 가능한 기종, 얇은 두께, 넉넉한 배터리 사용시간 등의 나름의 기준으로 해당되는 선택지를 줄였나갔기 때문이다.



아이가 죽어갈 때 나는 선택할 것인가?

<선택의 패러독스>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암에 걸렸을 때 치료법을 선택하고 싶습니까?"라고 물었을 때는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응답한다. 그러나 암 환자에게 치료법을 선택하고 싶냐고 물으면 반대 답이 나온다. 물론 의사가 하는 말이 복잡하고 자신의 지식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가는 선택 후에 오는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하는 후회의 늪은 모래구덩이 마냥 우리를 꼼짝없이 옭아 맬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두 나라의 부모들이 나온다. 이들은 아이를 먼저 보내야 했던 부모라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는 미국의부모들은 최후의 순간 치료를 포기할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던 점이고, 프랑스 부모들은 의사에게 어떤 어떤 가능성이 있었는 지 설명을 듣지만 극명한 반대를 표하지 않으면 의사의 판단 아래 치료를 그만둔다. 이 책에 따르면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는 가야했기 때문에 간 것"이라며 더 의연히 받아들였다 한다. 반면 미국의 부모들은 "그 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에 더 쉽게 사로잡혔다.

필자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으니 그닥 절절히 느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아이를 부모로 바꿔놓고 보면 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가장 바라는 바다.

필자가 이 챕터를 마치며 옮겨 적은 동료의 말로 나도 이 답없는 상황을 정리해야겠다.
"오랜 시간 치료 대안을 놓고 고민하던 어느 날, 내가 무엇을 하든 안 하든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실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우울한 이야기지만, 내가 어머니를 낫게 할 수 없다는 사실, 어머니에게 다시 독립적인 삶을 되돌려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어요. 그러고 나서 함께하는 마지막 몇 년 동안 우리 두 사람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완벽한 간병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그러지 못했어요."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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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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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참 재밌게 잘 나온 다큐멘터리이다. 책 읽기 귀찮아 하시는 분이더라도 이 다큐멘터리는 재밌게 보실테니 추천이다 [Back]
  2. 소개로 만나지만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물릴 수 있는 형태랄까 [Back]
  3. 본문 384쪽 [Back]
2010/07/07 08:21 2010/07/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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