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사막에 숲이 있다

(이미애, 서해문집, 2008)

사막에 숲이 있다. 아이러니를 품은 제목에 끌려 집어든 책이었다.
오아시스? 아니, 한 여자가 맨 땅도 아닌 모래사막에서 세운 숲이었다. 보통 모래 사막도 아니고, 봄이면 태평양 넘어 미국에까지 황사를 날리는 내몽골의 마오우쑤 사막이었다.
마오우쑤 사막

마오우쑤 사막에 짐을 지고 가는 사람. 출처 Time


어느 날, 그 아무런 설명없이 아버지가 자신을 모래 사막에 버려놓고, 저기 흙막집의 남자와 살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름 도시에서 태어나 '문명적인' 삶을 누리던 스무살 가량의 인위쩐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몹시 외로워하고, 몇 날 며칠을 울었다 한다. 우연히 그녀를 발견한 사람은 그녀를 구출해주기는 커녕 겁먹고 도망가서 그녀를 좌절시켰다. 그녀는 그 흔적마저도 너무 소중해서 세숫대야로 발자국을 덮어놓았다 한다. 그러나 인위쩐은 그 사막에서 목숨을 끊지도, 도망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십년 동안 사막을 숲으로 바꾸어놓았다.


자신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한들, 냉정한 자연법칙이 양보해주지 않았다. 처음 어렵사리 구해온 묘목이 모두 모래사막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다. 내가 그 처절한 실패를 겪었다면 분명 "난 여기까지 내 최선을 다 했는데, 어찌 이럴 수 있어?"라고 신을 탓하고 "이건 안 되는 거야"라는 결론을 내렸을 거다.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다시 나무를 심었다. 내가 그녀를 존경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마오우쑤의 사막: 경작지가 되다

경작지가 생겨나고, 도로도 생겨난 마오우쑤 사막. 출처: ENTIM.net

이제 그녀와 남편 바이완샹은 무려 1400만평의 사막 농장을 가지고 있다. 가축도 기른다. 50년 전부터 시작된 사막화로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던 그 땅에 다시 그녀는 초록 싹을 틔웠고, 모래바다로 인해 고립되어있던 자신의 집을 바깥 세상과 이었다. 집도 움막이 아닌 벽돌 집으로 지었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도 용서했다.


사막의 식물들은 한 줄기 물이라면 200미터까지도 뿌리를 뻗는다 한다. 이 책으로 만난 인위쩐은 그런 사막의 식물을 닮았다. 작은 희망 한 줄기라면 열길을 마다않고 달려갔다. 그 희망이란 것들은 좀 더 생명력 강한 식물이기도 했고, 집을 세워 줄 벽돌이기도 했고, 묘목을 옮겨 줄 도로이기도 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참 감사했다. 그녀의 땅이기도 하지만, 그 곳 역시 내가 사는 지구였다. 내가 사막화 되어가는 지구에 대한 소식을 지겹도록 들으면서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는 동안, 그녀는 나무를 심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새 묘목에 물을 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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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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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4 16:30 2009/12/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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