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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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1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10점
서영은 지음/문학동네



On the Camino에 이어 카미노 책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특별히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읽었다기 보다는 우연찮게 도서관에 예약한 이 책이 이 때 들어왔기 때문이다. 같은 카미노 경험을 토대로 한 책이지만, 이 책은 다른 책들보다 저자 자신의 내적 변화에 중심을 둔 책이기 때문에 여행 정보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7-21T05:42:410.31010


껄끄러웠던, 그러나 피할 수 없던 책

책 좀 읽는다고 블로그까지 운영하는 필자로선 부끄럽지만, 사실 이 책을 펼 때까지 서영은 작가를 몰랐다. 고전기피증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필자의 부덕이다. 그러니 대충 프롤로그에서 나오는 '문학상 심사위원'이라든지, 뒷표지 홍보 문구 '문단의 중심' 등으로만 저자의 크기를 짐작할 뿐이었다.

처음 보는 저자의 글이었으나, 그 내공은 여실히 전해져왔다. 견고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은 문장 뒤로 깊이 침잠할 줄 아는 저자의 깊이가 묻어난다. 화가 났다. 글로 입에 풀칠해보겠다는 필자가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누가 들으면 '이제 갓 반 오십된 녀석이 누굴 시기해?'라고 어처구니 없어 할 일임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화가 났다. 시기. 그 감정이었다. 내가 갖고픈 걸 온전히 가진 듯한 저자를 향한 감정.

그런데 읽고 있으니 그 시기가 암세포처럼 옮겨가 불어난다. "나도 카미노 길을 걸었는 데 어째서 저자만 저런 멋진 생각을 하는 거지?", "나는 저자랑 달리 한 번도 버스를 안 탔는데, 왜 저자는 나보다 얻은 깨달음이 많지?주1" 저자 이야기에 공감보다 시기를 더 많이 느끼니 책 읽는 일도 꽤 힘들었다. 한 번에 많이 읽지도 못 하고, 손에 집었다 들기를 며칠이나 반복하고서야 다 읽을 수 있었던, 조금 껄끄러웠던 책. 그러나 저자가 또 무슨 깨달음을 얻었나 살펴보고 싶은 마음에 내팽겨칠 수도 없었던 묘한 책이었다.

책장을 덮고, 지인에게 편지를 쓰며 되새겨보니 그때서야 다가온다. '그래, 그 때 겨우 스물 하나였던 내가, 원로작가가 얻은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겠구나'.



영성적 이야기, 기독교 인이라면 환영할...

카미노 길이 원래 성지순례 길이고, 저자 역시 내적성찰을 위해 떠난 길이었기 때문에 저자의 깨달음은 종교적 의미 역시 포함하고 있다. 허구를 단 하나도 담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대로, 그 깨달음을 온전히 담고 있기 때문에 비기독교인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같은 기독교인일지라도 개신교인 저자와 달리 카톨릭 신자인 필자도 간혹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작게는 (카톨릭에서 쓰는) 하느님이란 단어가 들어갈 위치에 있는 하나님이란 단어 때문이었고, 좀 더 크게는 카톨릭을 향한 일침 때문이기도 했다. 저자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애인 욕해도 남이 내 애인 욕하는 건 못 참는 감정적인 문제랄까.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틀림"으로 여기지 않고 "다름"으로 접고 들어가면, 저자가 그 길에서 온 몸으로 받아들인 영적 가르침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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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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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그렇다, 이 때쯤 되니 시기의 수준도 유치해졌다 [Back]
2010/07/21 14:40 2010/07/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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