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알랭 드 보통' 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09 불안: 불안의 원인과 해법 (8)
  2. 2010/07/21 행복한 이기주의자 (6)
불안불안 - 10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8-08T16:31:530.31010

TED에서 만난 알랭 드 보통


<View subtitles을 누르고 Korean을 선택하시면 한글 자막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란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기 때문에 <행복의 건축>(2007)이 나왔을 무렵, 나도 집어 들었다 조용히 놓았던 기억이 있다. 어려서 이해력이 부족했던 점도 있고, 공간 감각이 전국 하위 20% 안에 드는 필자로서는 건축이 그저 무시무시한 분야이기도 해서 건축에 담긴 미학이라든지 의미는 이해불가의 세계인 점이 작용했던 듯 하다.

그렇게 알랭 드 보통 씨를 '나와는 안 맞는 사람'으로 단정지은 후 몇 년을 지내다가, 보통 씨의 매력을 발견한 계기는 바로 위에 올려 둔 TED 강연에서였다. 김탁화 교수님의 트윗으로 알게 된 걸로 기억하는 데 이 동영상으로 인해 단박에 "나와 안 맞는 사람"에서 "(머리 숱이 부족하다는 큰 비매력 요소에도 불구하고)매우 매력적인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 강연은 본 책 <불안>을 16분 안에 잘 함축한 강연이라 보면 된다. 이 책을 굳이 읽지 않더라도 이 강연을 보고나면 그의 요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장컨대, 이 강연을 보고 나면 필자처럼 <불안>을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리고 또 보장컨대,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다뤄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강연 내용의 성근 부분들을 꼼꼼히 채워주기 때문이다.

입담도 좋으시고, 술술 풀어져 나오는 다양한 범위의 해박한 지식, 생긴 것도 그만하면 멀쩡하신 데, 낼 때마다 화제의 책이니 인세만도 엄청나게 버실 테다. <불안>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드는 "아, 이 분 글도 잘 쓰시잖아!"하는 부러움까지 겹쳐, 오히려 그의 의도와 달리 필자의 불안이 가중되었다. "아니, 저런 분이 생존하는 세상에서 내가 중간이라도 가겠냐고!!"



현대인은 중세 사람들보다 행복한가?

필자가 한 번 교수님의 차를 얻어탄 적이 있었다. 그 교수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대뜸 "세계 최고 디자이너를 꿈꿔야지!"라고 하셨다. 그 때 필자의 심장이 쿵, 했다. 결코 꿈꿔본 적 없었고, 꿈꾸고 싶다고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필자는 최고를 꿈꿔본 적이 (혹시 몰라 조심스럽지만)없다. 김연아가 은메달 따면 아쉽긴 해도, 필자가 중학교 시절 딱 한 번 해본 전교 2등에 필자는 매우 행복해했다.

그러나 이는 필자가 야망이 없기 때문이리라. 아버지 어머니 일을 물려받는 것이 당연하던 오랜 전통을 지나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꿈의 한계는 없다. 누구나 노력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강연에서 지적하듯, 이런 우리의 희망이 덧칠되어진 인식과 현실의 차이로 하여 우리는 자존감에 상처입기 쉽다. 정말로 세계 최고가 되는 사람은 몇 사람 뿐이니까.

또, 최고의 지위를 얻는다는 것이 요즘은 흔히 많은 돈을 버는 것과 혼용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다보니 부에 관한 강박적인 불안까지 더해졌다. 오죽하면 "부자되세요"하는 덕담도 나오겠는가. 저자는 말한다. 17세기에 가난한 사람을 재물복이 없는 사람주1이라 일컬었지만, 이제는 패배자(loser)라 일컫는다. 예전에는 가난한 이를 복이 없는 불쌍한 존재 정도로 여겼는데, 이제는 능력없는 못난이로 손가락질 받는다는 말이다. 이제 이 정도면 죽어라 아둥 바둥 돈 벌기에 목숨거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어느 쪽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위안 받아야 하나? 보통 씨의 해법

보통 씨가 이 책에 <해법>편을 실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보통이 아니라 그냥 그저 좀 잘난 염세주의자로 남았을 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이 매력적인 분은 우리에게 <해법>편을 제시해준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크게 5가지.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다. 그 중에 몇 가지만 이야기 해보자면 이렇다.

철학 편을 요약하자면 "나를 비정당하게 모욕하는 사람의 말은 넌센스이므로, 마음에 담아 두지 않으면 된다" 정도로 보면 되겠다. 시크하기로 유명했던 철학자가 쇼펜하우어가 자주 등장하며 초딩식 공격에 의연히 대처할 것을 요구한다.  

기독교를 해법으로 제시했다고 해서 신앙인이 아닌 보통 씨가 독자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아니다. 예수의 생애와 기독교적 전통에서 찾아보는 해법이라 볼 수 있다. 우선 예수를 보자. 예수는 더 없이 고귀한 존재이지만, 사회적 신분으로 보면 말 구유에서어난 떠돌이 목수다. 반대로 예수의 처형을 집행하는 빌라도는 로마의 통치자다. 지위와 고귀함이 반하는 예는 신약성서를 통해 빈번히 나타난다. 기독교 전통 중에 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허무를 뜻하는 바니타스(Vanitas)와도 이어진 이 개념은 우리에게 "내일 당장 죽으면 뭐가 중요하겠니?"란 질문을 던져 부와 명예, 지위보다 사랑이 앞섬을 강조한다. 또, 기독교 교리에서 인간은 모두 피조물일 따름이다. 초월적 존재 앞에서 우리의 차이는 아주 미미한 것일 뿐이다. 수능 1점차, 보너스 얼마 차이가 신이란 존재, 아니 신의 다른 피조물인 거대 자연 앞에만서도 티끌만함을, 인간은 한없이 미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도시의 삶에서 타인과 복작복작 부대끼며 느끼던 커다란 지위 차이가 광활한 우주 아래 실은 도토리 키재기임을 느낄 때, 그 차이에서 오는 불안 역시 잦아들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페라 <라 보엠>을 현대적으로 재 해석한 <렌트>

사실 필자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보헤미아였다. 이름만으로도 어찌나 로맨틱한지! "질서 따위"하며 시크하게 무시하거나 맞짱 뜨며 뜨겁고 치열하게 살 것 같은 그들.

파리의 뒷방 예술가들을 그린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이, 그리고 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렌트>가,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조용히 살고 있는 사람들마저도 마음 한 켠에 이 작품들 속 등장인물처럼 지배계층이 세운 질서를 무시하고픈 욕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통 씨도 지적하듯 한계가 따른다. 보헤미안의 가치체계에서 돈이 명예를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들을 먹여릴 수 있는 것은 돈이니까. 돈이 많다는 것이 그들에게 천박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돈 없이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든 숲에 들어가 30달러가 채 안 되는 통나무집을 지어 산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한 말은 보헤미안들이 하고자 했던 말을 잘 표현한다.

"영혼에 필요한 것을 사는데 돈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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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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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unfortunate 즉 fortune이 없는 사람이다. fortune은 복을 뜻하면서 또한 재물을 뜻하는 중의어로 쓰였다 [Back]
2010/08/09 01:31 2010/08/0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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