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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1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1)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 - 10점
셰리 터클 엮음, 정나리아.이은경 옮김/예담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8-11T07:48:530.31010

그저 물건이 아닌 물건 이야기

비록 포스는 없지만 정직한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각 저자들이 꼽는 의미있는 사물에 대한 글이다. 물건에 큰 의미를 두고 애착을 가지는 일을 곱게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애정의 대상이 되는 사물들은 '물건 이상의 물건'이다. 좋은 물건이기에, 비싼 물건이기에, 구하기 힘든 물건이기에 마음을 두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연과 상징으로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 할 수 없는 대상이다.

여기 저자들처럼 MIT나 Caltech 같은 대학 교수가 아니더라도, 사실 우리도 하나 둘 쯤 그런 물건이 있지 않은가. 특별히 비싼 물건이 아닐지라도, 잃어버리게 되면 너무나 서운할, 밤새서라도 찾고 싶은 물건. 아무리 똑같은 제품을 구해도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가진 물건.



인형, 나의 누구가 되어준 사물

필자가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사물은 토끼 인형이었다. 아이들에게 인형이란 존재는 단순히 천과 솜으로 만든 모조품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경험했겠지만, 인형을 통해 만들어내는 가상 현실은 어린 시절 우리가 세상을 만나는 통로였다. 인형과 자신에게 현실과 다른, 그러나 함께 돌아가는 세계를 부여하고, 캐릭터를 설정해가며 우리는 엄마가 되어보고, 친구가 되어보고, 선생님이 되어본다.

다른 무수한 인형이 있었지만, 필자에게 가장 기억남는 인형은 하늘색 베개였다. 하늘색 옷에 살구빛 얼굴이 있고 눈코입이 매달려 있던 베개였다. 특별히 어떤 종인지 알 수 없는 인형이었는 데, 필자가 끌어안고 혹은 얼굴을 맞대고 가장 많은 혼잣말을 들려 준 인형일 것이다.

그 인형을 초등학교 가서까지 끼고 살았는 데, 하루는 엄마가 치워버렸다. 유심히 집안을 관찰한 결과, 장롱 속 두꺼운 이불 사이에 파묻어 놓으신 걸 발견했지만, 또 꺼내달라 하면 혼날 것도 같고, 아예 필자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치워버리실까 무서워 '너는 거기에 있지~'하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맞벌이라 늘 그래왔듯 혼자 집을 보던 어느 날, 머리가 너무 아팠다. 울면서 칭얼거리고 싶었고, 아프다는 하소연을 들어 줄 누군가가 절실했다. 결국 "도저히 못 참아!"하면서 장롱을 쑤셔 그 베개 인형을 꺼내 안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머리가 아파도 인형의 위로보다 해열제를 먼저 찾게 되었지만, 장롱에서 인형을 꺼내들고 느꼈던 감정만큼은,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울컥할 만큼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를 재워 준 베개였고, 빈 집에서 친구가 되어 준 친구였고, 내 칭얼거림을 들어준 보모였던 하늘색 베개 인형. 필자에겐 커다란 트롬 곰인형으로 바꿔준 대도 내어주지 못할 인형이다.



이 밖에도 필자의 기타처럼 한 음 한 음의 진동을 심장 가까이서 전해주는 첼로 이야기와, 누군가 당겨주길 바라는 자신을 투영한 한 소녀의 매듭 이야기, 나무 상자로 대신한 라디오 등 읽고 있으면 그저 물건으로 치부될 수 없는 사물들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각 각의 이야기들이 독립적이기 때문에 중간에 읽다 덮어두고, 다시 읽더라도 부담이 없는 책이다. 무언가 배워야 할 것을 찾아야 하는 책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저자에게 뜻 있는 그 사물을 통해, 내가 아끼는 사물을 떠올리고 그 안에 담긴 사연을 되돌이켜보며 빙그레 웃음 짓게 해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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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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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16:48 2010/08/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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