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욕망' 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07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30)
  2. 2009/11/19 몸, 욕망을 말하다 (10)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홍성민 옮김, 뜨인돌, 2009)

욕망에서 시작해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로 이어지는 다섯 가지 분류는 일반인에게 자본주의의 등장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계적인 경제 환원주의가 아닌 실제 역사를 구성했던 주요 요소들을 통해 인간사회를 재구성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등장과 전개라는 관점으로도 읽을 수 있고, 근현대 문화사라는 시각으로도 읽을 수 있고, 경제사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조건이라는 측면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 어느 쪽으로 읽든지 아주 흥미진진한 근현대사를 세계사라는 지평에서 펼쳐 보이고, 또 크든 작든 유의미한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일본인 저자의 시선을 빌어서 보는 세계 근현대사에 푹 빠져 잠들기 전까지 본다는 게 새벽 세시 넘게 읽었다. 일본인 학자이다 보니, 우리와 비슷하게 타인의 관점에서 유럽사를 볼 수 있어 신선했다. 그가 민주주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민주주의가 아시아에 소개되는 때는 19세기 이후라며 아쉬워할 때 공감과 부러움(그나마 일본은 빠르잖아!)을 느낄 때 특히. 저자와 나 사이에 흐르는 '같은 아시아 인, 그러나 나는 한국인'이란 미묘한 텐션이라니!

대 놓고 책 제목부터 다섯 키워드로 세계사를 이야기 한다 했으니 당연히 이 책은 5가지 키워드 별로 장이 이루어졌다.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그리고 종교. 그러나 읽다보면 저자가 따로 밝히지 않아도 사실 그 5가지가 같은 수레의 바퀴들처럼 함께 맞물려 작용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예로 연금술을 보자. 금을 생산하겠다는 이 욕망은 화학이란 근대(모더니즘) 학문을 불러왔다. 그런데 이 연금술은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게 아니다. 영토확장이란 제국주의와 성지(종교) 탈환주1이 맞물려 시작된 십자군 전쟁을 통해 아라비아에서 지식이 건너왔기 때문이다.



Francisco de Goya

The Sleep of Reason Produces Monsters

욕망: 소비 혁명에서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첫번째 키워드 욕망을 여는 소재는 커피다. 필자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때가 중3 때로 기억한다. 영어회화 수업을 듣는 대학생 언니들 따라 처음 카페라는 곳을 들어가 마시기 시작한 이후였지 싶다. 그 당시 마시던 커피는 주로 카페라떼나 카라멜마끼아또 같은 변종들로, 커피 맛보다는 우유+시럽 맛으로 먹었다. 그럼에도 '커피를 마시는 것'는 것이 마치 '어른스럽다'는 것과 동의어로 느껴졌기 때문에 가끔씩 찾았던 듯 싶다. 아메리카노를 즐기게 된 건 정말 어른이 된 이후주2였다.

고등학교 들어서는 참 많이도 마셨다. 기숙사에 사는 처지라 인스턴트 믹스로 마시는 게 전부였고, 마시는 이유도 '각성' 효과였기 때문에주3 맛에 큰 의미를 두지도 않았던 때다.

나뿐 아니라 많은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에게 먹히는 커피의 이런 '각성' 마케팅은 프로테스탄트의 '청교도 정신'과 맞물려 유럽에서 잘 먹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전까지 어른의 음료로 손꼽히던 것이 알코올이었음을 상기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알코올은 우리의 긴장을 풀어주고, 늘어지게 한다. 그에 반해 이 카페인 음료는 우리를 일깨워 일하도록 재촉한다.

against coffee

역으로 커피의 인기를 증명한다

커피의 확산에 큰 공헌을 한 또다른 요소는 커피하우스다. 요즘의 카페는 여자가 우세히 많지만, 당시 커피하우스는 사업하는 이들의 장소였다. 아침에 들러 신문도 읽고, 인맥을 쌓아가는 사교 장소로서 큰 각광을 받았던 곳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비지니스란 결국 '네트워크'였으니 그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리라. 영국에서 처음 문 열은 커피하우스는 시대와 함께 크게 번성하였다. 다시 이는 커피를 번성하게 하고, 일반인들까지 기호식품을 구입하는 이른바 소비혁명 시대가 꽃 핀 것이다. 이 당시에는 자기가 하루에 마시는 커피 잔 수를 세어 편지에 쓰기도 했다하는 데, 작년에 내가 커피빈을 사와 갈아마시면서 50g을 혼자 일주일 내 다 먹겠다고 아침 저녁으로 마셔던 것이 생각나 혼자 웃었다. 주4

저자는 Tea Time과 Coffee Break란 이름으로부터 커피의 근대성을 보여준다. 시간을 내서 여유롭게 마시는 차에 반해 커피는 일하는 도중 잠깐 (각성을 위하여) 마시는 거라고. 온갖 복잡한 다도를 떠올려보면 맞는 말이다 싶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제는 그런 커피의 근대성이 차에게까지 스며들어 티백을 만들었으니 조금 씁쓸하기도하고, 스페인(혹은 남미)의 시에스타 때 즐기는 커피를 생각하면 저자의 주장이 꼭 맞지만도 않은 듯 하고. 그러나 확실한 건, 근대 문명과 함께 커피 역시 이제 전 세계에 퍼져있다는 거다.



면죄부

정교회의 면죄부

면죄부(Indulgence): Ticket to Heaven?

서양문화사 수업을 들으면서 배운 점이 참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이 면죄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알고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이 면죄부가 아닐까? 옆의 면죄부 이미지를 찾느라 발견한 웹페이지 제목이 "카톨릭에 대한 10가지 오해"인데 이 중 5번째를 차지하는 주제가 이 면죄부다.

카톨릭 신앙에서 죄는 고해성사를 받을 때 이미 용서받는다. 다만 용서 받고도 죄값(panelty)는 남는 데, 보통은 이를 보속을 통해 치른다. 그러나 집을 자주 비워야했던 당시 사업가들로는 여러 편의상 문제가 있어 면죄부가 등장했다. 이 때 면죄부란 우리가 아는 면죄부와 조금 다르다. 특정 죄목마다 한정적으로만 가능한 것이었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때문에 큰 무리없이 받아들여졌을 거라 짐작된다.

문제가 붉어진 것은 베드로 성당 건축 때문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교황청이 이 제도를 '민영화' 해버린 것이다. 면죄부 발행 재량권을 넘겨버리면서 이른바 'Special Indulgence'가 탄생한 것이다. 모든 죄값을 다 치룰 수 있고, 연옥에 있는 영혼의 죄값까지도 치룰 수 있다 여기게 한 것이다.

이에 비판을 가한 사람이 바로 마틴 루터였다. 그러나 그의 처음 의도는 혁명이 아니었다. 이는 그가 <95개조>를 쓸 때 굳이 라틴어로 썼다는 데에서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려던 것이 아니라, 같은 카톨릭 공동체 안에서 길을 모색해보려 했던 것이다. 또한 그는 (순진하게도) 교황은 아직 이 사태를 모르고 있다 여겼다.
면죄부에 이런 이야기들이 누락되어 있어, 카톨릭 신자로서 아쉬웠더란다. 물론 글의 요지인 '지식 독점을 통한 권력'으로 재빨리 독자를 흡수시키려는 의도였겠지만, 역사적 상황 설명이 좀 더 상세했더라면 더 복합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아, 그럼 독자 수가 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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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심장 박동으로는 부족하나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회의론자들의 섹스주5


저자는 데카르트의 이 '회의론'에 딴지를 건다. '자신의 존재를 실감하기해드시 그런 절차를 거쳐 생각해야만 하는 걸까?'라며.

신체보다 정신활동을 우선하여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이런 회의론자들을 맞서는 방식으로 그는 우리에게 상상을 권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생각하는 인간들끼리 섹스할 경우를 상상해보라고.

저자가 권하는 상상은 알아서들 하시고-ㅅ- 내가 할 말은 이거다. 내가 나의 존재를 신체적으로 느꼈던 이야기다. 때는 내가 푸릇하다 못해 풋내가 독하던 첫사랑에 차였을 때다. 마침 백수였던 터라, 한없이 바닥으로 파고들던 그 때, 나는 갑천으로 나왔다. 그리고 뛰었다. 힘들면 잠시 멈춰섰다 다시 뛰었다. 숨이 헉헉 막혀올 때쯤 되면, 심장 박동이 거친 숨 따라 온 몸을 울려댔다. 그 때 나는 여전히 내가 살아있다 느낄 수 있어 기뻤다.

지금도 가끔씩 내 자신이 못 나 보일때, 실망스러울 때 가슴에 손을 얹거나 청진기주6로 심장 박동을 들어보곤 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 살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에 이만한 증거면 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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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법으로 보는 세상보기

지난 번 포스팅에서 다룬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짧게 가겠다. 벌써 글이 너무 길어져서 '뒤로' 버튼 누른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이다...

오른쪽 그림에서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이 그림은 EBS 다큐 프라임 '동과 서' 2부를 여는 열쇠였다. 나와 마찬가지로 많은 동양계 사람들은 가장 크게 보이는 것이라 답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비동양계 사람들은 가장 작게 보이는 것이라 답했다. 대체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이 프로그램을 나는 정말 재밌게 보았던 터라 추천해주고 싶다. 자세한 건 솔미랑님의 블로그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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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동양인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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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서양의 세계관

이 다큐멘터리 2부의 제목이 무엇이었을까?
명쾌하게도주7
 "서양인은 보려하고, 동양인은 되려한다"




참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그래서 쓰고 싶은 말이 많아서 글이 길어졌다. 그래도 제국주의에 대한 문단 하나를 아예 뺀 거다. 그 어느 하나 빠질 데 없이 잘 나온 이 역사서를 보며, 너무나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책이 나오고, 이렇게 인기있어야 하는데주8. 당신도 그의 열린 시각과 깊은 지식에 감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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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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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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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물론 이는 기독교 입장에서다 [Back]
  2. 법적으로 성인이 된 이후. 아직 필자의 정신연령은 유딩과 별 차이가 없다 [Back]
  3. 효험은 별로 못 보고, 내성만 잔뜩 늘어서 지금은 밤에 마셔도 잠만 잘 잔다 [Back]
  4. 이 문단은 책에서 나온 내용과 서양문화사 수업, 인문강좌 내용이 뒤덤범되어있다. [Back]
  5. 어린 학생들이 볼까 미안하다. 그래도 요즘은 드라마 대사로도 나오는 시대니 너그러이 봐 주시길 [Back]
  6. 간호사 친구에게 한 번 빌려써보고는 오로지 이 목적으로 구비했다. 왜, 술값으로 쓰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Back]
  7. 고로 항상 참이지는 않다 [Back]
  8. 지금 들고 있는 이 책은 초판 3쇄 발행 본인데 초판 1쇄가 나온 지 한 달도 안 된 때다 [Back]
2010/01/07 15:44 2010/01/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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