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상처받지 않을 권리상처받지 않을 권리 - 10점
강신주 지음/프로네시스(웅진)

기막힌 커버 일러스트

사실 쉽지 않은 책이고, 3cm가 넘는 두께에 조금 겁을 집어먹기도 했다. 그러나 표지의 팝아트처럼,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즐길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이 작품을 표지로 고르고 각 장마다 집어 넣은 것이 참 절묘하고 멋진 선택이다 싶었다. 팝 아트란 게 무엇이던가. 자본이, 자본의 달콤함이 우리 삶의 모든 곳에 들어와 우리를 뒤틀어놓은 것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주1. 바비인형의 상체에 한없이 에로틱한 다리, 돈과 주사위, 마천루. 그러나 프레임 밖은 딱 '현실은 시궁창'이다.



모던보이s, 보들레르와 이상, 유하

이상,구본웅 작

이상의 친구이던 구본웅이 그린 이상

보들레르는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시대, 서구 세계의 중심이었던 파리의 '모던보이' 1세대였다. 그는 향락과 도박에 심취했고, 이를 보다못한 집안에서 용돈을 끊었다. 천국과도 같았던 파리가, 이제 그에겐 그림의 떡이 되어버렸다. 돈이 없으니까. 그러나 여전히 그는 파리를 맴돌았고, 자본주의 문명을 갈구했다. 그 지독한, 절대에 가까운 유혹에 이 시인은 <악의 꽃>이란 이름을 달았다.

일본 식민지 시절, 우리나라에도 모던보이가 있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뼛 속 깊이까지 모던보이던 시인, 그가 이상이었다. 그는 시골에서 향토를 느끼기보다, 권태를 느꼈다. 마치 내가 저 멀리 해남 할머니 댁에 내려갈 때 느끼는 감정 같았을 것이다. 돈이 있다한들 달달한 것들을 팔아주는 가게도 없는 곳에서는 돈이 주는 자유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주2

유하는 더 나아간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고, 우리는 오징어들마냥 네온 불빛에 끌려가는 존재라며. 그러나 시인에게도 필자에게도 압구정은 쉽사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압구정동에 가려면 추리닝이 아닌 내가 가진 옷 중 제일 나은 옷을 입어야 한다. 압구정의 아울렛은 멋모르고 들어가면 창피 당할 수 있는 곳이다. 겉에서 유리로만 통해 보되, 이마저도 노골적으로 보면 안 된다. 그런 곳이다. 물론 압구정동 주민이시라면 압구정동 대신 뉴욕 5번가주3를 떠올리면 되겠다.



일반경제와 비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자는 일반경제를 비만으로 비유하여 설명한다

제한경제니 일반경제니 하는 말은 필자에게 친숙한 말도 아니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이런 독자들을 꿰뚫었는지, 저자는 비유를 들고 나온다. '대신 공부해주는 저자'란 말이 정답이다. 이 표현은 오독의 역사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사유님의 표현이다. 이 표현을 읽고 '맞아!'라며 감탄했다. 같은 저자의 책 '철학, 삶을 만나다'의 리뷰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그가 드는 비유는 비만이다. 자본의 잉여이윤을 잉여칼로리로 보면 된다. 아이가 태어나 성장할 때까지는 운동으로 인한 소모량 이상의 칼로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키도 크고 몸무게도 불고, 새 새포들을 만드니까. 그러나 성장기를 벗어나면 잉여 칼로리는 독이다. 과한 지방에 의한 비만의 해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이러한 잉여 칼로리는 어찌해야하는가? 쓸 데 없어도 소모해야한다. "내가 런닝머신 뛴다고 돈이 생겨, 먹을 게 생겨?"라고 가만있으면 결국 몸을 망친다. 비록 세포는 지방을 잃어 슬플지라도 개체(사람)는 지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한다. 자, 이제 칼로리를 이윤으로 생각해보자. 자본주의가 자리잡기까지 잉여이윤은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이 어느 정도 완료가 되었다면, 잉여이윤을 자꾸 쌓기만 하면 안된다. 당장 득이 안 보일지라도 써야한다. 기부하고, 자선도 해서, 자본주의 논리를 벗어나는 비생산적 지출을 해야한다.  바타유가 말한 바람직한 파멸이 이런 것이다.

자, 다시 되돌아가 제한경제와 일반경제를 보자. 제한경제는 성장기까지만을 제한하여 보는 수준이다. 잉여 이윤이 넉넉하면 유리하다.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자본주의라 할 수 있다. 일반경제는 청소년기를 마치고 일반인이 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잉여 이윤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균형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도 여전히 지마켓에서 장바구니 놀이를 하는 필자가 철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넘어갈 수 밖에 없도록 자본주의의 유혹이 치명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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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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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물론, 필자가 제대로 팝아트를 알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신뢰하지 마시길. [Back]
  2. 실제 필자 할머니 댁이 그런 곳이다. 가게 하나 가려면 차 타고 나가야 한다. 나는 그 곳을 이틀 이상 견디기 힘들다 [Back]
  3. 5th Ave.라고 써야할지, 5th 에비뉴라 써야할지, 핍스에비뉴라 써야할 지 고민했다 [Back]
2010/04/20 22:26 2010/04/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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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계절 2011/03/05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사계절출판사 홍보팀입니다.

    '철학의 달인, 강신주'에 대한 글을 검색하다가 님의 블로그를 발견했는데요, 때마침 저희가 강신주 박사와 만날 수 있는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어 소식 알려드려요.
    이번 강연회는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강신주 지음)의 출간 기념으로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인터넷 교보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철학을 감칠맛 나게 풀어내는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들려주는 인문학 카운슬링!

    신청 마감이 10일(목)까지니 서두르세요-.

    1. 예스24와 함께하는 강연회
    시간: 2011년 3월 17일(목) 7시
    장소: 카페 살롱 드 팩토리
    신청방법: 인터넷서점 예스24 이벤트 창에서 신청해주세요.
    신청기간: 2월 18일~3월 10일

    2. 인터넷 교보와 함께하는 강연회
    시간: 2011년 3월 19일(토) 3시
    장소: 아트앤스터디 인문숲
    신청방법: 인터넷 교보 이벤트 창에서 신청해주세요
    신청기간: 2월 18일~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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