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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2 자동차 바이러스: 그 해악과 파괴의 역사 (9)
자동차 바이러스자동차 바이러스 - 8점
헤르만 크노플라허 지음, 박미화 옮김/지식의날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8-22T13:27:220.3810

자동차 바이러스 감염자는 누구?

길이 막히니 도로를 더 뚫어야 한다
위의 명제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당신 역시 자동차 바이러스 감염자다. 저자에 따르면 감염자는 도로가 확장됨으로써 발생되는 환경적 손실 뿐 아니라 인간 사회의 해체에 대해 고민할 능력을 잊고 자동차가 가져다="" 주는 효율에 길들여진 사람이다.
저자가 자동차를 바이러스로 은유한 점이 탁월하다. 바이러스는 숙주에 침투해 사는 존재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숙주의 세포는DNA를 이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생성하는 대신 바이러스가 침투시킨 RNA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든다. 이는 곧 바이러스의 영양소가 된다. 이러한 메타포를 가져와 숙주를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자동차에게 입힌 것이 저자의 아이디어다. 비록 자동차는 인간의 발명품이긴 하지만, 일단 사람이 자동차 중심으로 사고하기 시작하면 궁극적으로 인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 아닌, 운전에 편한 방식만을 추구하게 된다. 생활공간에 밀착된 주차 공간,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 자동차 전용 도로, 낮은 주유값과 세금 등등. 게다가 독감을 앓듯 지구는 자동차로 인해 체온(기온)이 상승하고 있지 않은가!



대전 공용 자전거, "타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전의 공용 자전거 시스템, '타슈'

사실 자동차가 없는 저자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저자가 무서우리만치 몰아치는 '꾸짖음'에 조금 마음을 내려놓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매일 아침이면 출근길로 서울이 마비되고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는 교통 정책의 잘된 예로 청계천을 들었지만, 필자는 대전의 공용 자전거 정책을 좋은 예로 들고 싶다. 최근 대전의 유성구/서구 지역을 들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흡사한 디자인의 초록 자전거가 유난히 많이 보였을 것이다. 대전 사람이 획일화된 자전거 취향을 가진 것은 물론 아니다. 공용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전에서 머물 때 시작된 이 정책은 자전거 도로의 확장과 함께 더욱 번성하고 있다. 필자는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몇 번씩 이용했을 정도다. 보통 큰 도로의 버스 한, 두 정거장 간격으로 자전거 대치대가 마련되어 있고, 어느 대치대에건 반납할 수 있어 버스-지하철-자전거의 연계도 매끄러운 편이다.

다만, 아직은 서구와 과학공원 쪽 유성구 일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잘 이루어지려면 자전거 도로도 필요할 뿐 아니라, 지형적인 요소도 맞아야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여한 자전거를 단순한 교통 수단으로만 이용하지 않고, 남문 공원 등지에서 친구, 연인,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울리는 문화를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았던 필자는 이 자전거 정책이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의 한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고 꽤나 확신한다.



다소 느슨한, 긴장감 없는 전개

가끔 극단적일 만큼 자동차를 도심 밖으로 밀어내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가 1초의 저항감을 불러오긴 한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으로 보면 흠으로 보이기 보다는, 5에 협상하기 위한 6의 제시 정도로 보이기 때문에 괜찮다. 문제는 "자동차가 해롭다"는 책의 주제를 너무 일찍 꺼내들어 읽는 내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자동차가 환경적으로, 사회구조적으로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 지적하며 독자들을 포섭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경악할 만한 수치에 잠시 놀라긴 하지만, 와닿지 않는 데이터는 책장 넘기는 순간 후루룩 잊어버리는 자동차 바이러스 감염자다. '나쁜 예'로 죄책감을 자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이러한 극적으로 나쁜 상황에서 자동차 대신 사람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좋은 예에 더 무게를 주었다면 스토리 텔링이 끌어오는 긴장감과 함께 비전도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좋은 예'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책을 쓴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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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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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2 22:27 2010/08/2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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