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아임 어 스튜던트
로저 마틴 지음, 노진선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원제: Racing Odyseus

죽음의 문턱을 넘어본 자의 새 출발

이 책은 저자가 흑색종으로 1년 남짓의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라면 얼씨구나, 여행 떠날 상황에서 대학 총장으로 지내던 이 저자는 배움이 참 좋았나보다. 세인트존스 대학 신입생으로 들어갔다. 예순 한 살 먹은 대학 총장이 신입생 되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터다. 총장 아니라 당장 나의 지도교수님, 학과장님 혹은 아버지가 대학 신입생이 된다 생각해보라. 결코 '그까짓 걸로 책까지 내냐?'란 말이 안 나올거다.

예순 한 살, 암이 재발하여 죽음의 문턱을 갔다온 사람이 받는 대학교육은 아직 풋풋하기만 한 열아홉짜리가 받는 것과 다른 소회와 폭 넓은 이해를 가져오리라 짐작해본다. 저자가 <오딧세이> 이야기에서 자신의 인생을 대입해보는 이야기로 그 과정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주1.

정식 신입생이 아니라 안식년 기간 동안만 다니는 특별 입학생이긴 하였지만, 그는 총장이 아닌 학생이 되어보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물론 나이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고, 그 나이에 창피 당하는 수모도 겪지만 그래도 '신입생이 된 총장'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전까지는 늦깍이 학생으로, 고민 상담 들어주는 아버지 격으로 신입생과 다가간다. 그 자신이 처음 다녔던 대학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했던 기억을 가진지라 그는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안타까이 본다. 총장이 아니라 학생이란 입장을 고집하기에 그는 어떤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들어주고, 상담실을 추천해주는 선이지만, 내 생각엔 그에게 입장을 털어놓는 학생들도 그에게 해답을하는 건 아니었을 거다.

서른이 넘어 교사 자리를 남기고 떠나셨던 은사님, 훌쩍 직장을 버리고 지구를 돌고와서 구호팀장이 되었는가 했더니 다시 배우겠다며 유학 가신 한비야님, 방과 후 활동을 중학생들과 꾸준히 하시면서 중국어를 익히신 엄마...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배움을 계속 하시는 어른들을 떠올렸다. 나는 이 젊은 나이에도 하기 싫네, 복잡하네, 못 알아듣겠네, 투덜거리며 꾀 부리기 일쑤인데 말이다. 나도 움직일 수 있는 한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을 수 있음 좋겠다.



Being a humanis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문은 anima sana in corpore sano. 이니셜로 쓰면?

주2그가 입학한 세인트존스 대학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종합대학(university)가 아니라 liberal arts college다. 이 대학에서는 모든 학생이 전공없이 모든 학문을 4년 내내 두루 접하게 된다. 특히 이 대학은 인문학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로 시작하여 플라톤, 소크라테스 등 철학자로 이어지는 고전을 읽어와 토론하는 세미나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이 곳 학생들은 샌님들처럼 무작정 책을 파는 책벌레가 아니다. 플라톤의 <국가론>이 주장하는 대로, 철학 뿐 아니라 건강한 정신과 더해 건강한 육체를 지녀야 진정 휴머니스트라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운동 역시 열심히 하는데, 그렇다고 체육특기생 마냥 체육을 위한 체육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보다는 아마추어주3로 스포츠에 임한다. 저자 로저 마틴이 들었던 조정 팀의 코치는 그 정신을 가장 명백히 드러내는 인물이다. 여느 스포츠 팀 코치처럼 '1등 전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플라톤의 <국가론>을 비롯한 고전을 인용하여 체육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학생들을 완벽한 시민으로 거듭나도록 북돋아준다.



졸업반, 나는 어떤 모습인가

이 책을 통해 저자와 그 곳 학생들을 만나며 많이 부끄러웠다. 내 책장에는 마키아벨리의 <국가론>과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몇 개월 채 손 때 한 번 안 타고 고이 꽂혀있다. 세인트존스 학교에서라면 나는 이미 헤겔과 마르크스까지 차곡차곡 읽어왔어야 하는데, 나는 이제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그 것도 해설서로 읽어보려 하고 있다. 그들이 토론을 벌이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타인의 의견을 듣는 훈련을 하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물론 나는 그들과 달리 종합대학을 다니며 '전공'을 가진 학생이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 이건 변명이다. 교양과목을 들으며 매해 받는 실라부스에 있는 참고서적마저 나는 외면했으니까.

그리고 더 무서운 건, 전혀 Sound하지 않은 나의 저질체력이다. 3학년이 되고부터는 전공 과제에 순위가 밀려 일주일에 3번 하던 재즈댄스 수업마저 접었고, 이후 잠깐 요가를 배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또 접었다. 10kg 배낭을 매고 20km를 거뜬히 걸어내던 나의 체력은 늘어난 체중에 반비례하여 줄어들었다.

졸업전시를 앞두고 있으니, 여전히 전공은 높은 순위에 두고 살아야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은 더 움직이고 더 많이 읽어야겠다. 고전은 읽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니 당장 시도할 수는 없겠지만 계속 책을 읽다보면 내공이 쌓이겠지. 7년 안에 안에 <오딧세이>와 <파우스트>주4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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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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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이 책의 원제는 Racing Odysseus다. 오딧세우스 여정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을 반추해 봄을 강조한 제목이리라 [Back]
  2. 여기서 humanist는 르네상스 시기부터 시기의 humanism을 익힌 인문학자를 뜻하는 말로 박애주의자 humanitarian와는 별개의 개념이다 [Back]
  3. 어설프다는 뜻으로 아마추어가 아니라 그 일을 좋아서 한다는 뜻으로서. 아마추어 amateur는 사실 '사랑하는 자 amator'이란 라틴 단어에서 파생했다 [Back]
  4. 작년 가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했더란다 [Back]
2010/03/28 08:54 2010/03/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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