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전집' 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9/19 하버드 인문학 서재 (8)

하버드 인문학 서재

2010/09/19 22:56
하버드 인문학 서재하버드 인문학 서재 - 8점
크리스토퍼 베하 지음, 이현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하버드 전집과 함께 한 고된 일 년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9-19T13:56:290.3810
이 책은 저자가 '5피트 책꽂이'라고 불리는 하버드 클래식 전집을 1년 간 모두 읽으며 노트한 내용을 당시 저자의 개인적 상황과 함께 정리한 글이다. 그 1년간 저자의 이모가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크게 의지하던 가족이 아파하고 약해지다 결국 떠나는 시간 속에서 고전을 읽으며 자신의 상황을 돌이켜 보는 저자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와닿았다.
중요한 것은 오래전에도 사람들은 나를 괴롭힌 것과 똑같은 문제와 씨름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없는 해결책을 스스로 만들어냈고 그것이 계속 해결책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해결책으로 정했다. 그들의 답이 내 답이 될 수는 없지만 각자 방식으로 함께 싸운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략) 그런데 내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 이 시대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고통을 겪을 것이고, 나 역시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라지고 결국엔 나도 사라질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겨둔 이 책들을 읽으면서 내게 닥친 일들이 훨씬 만만해 보였다.



고전을 저자 어깨 넘어로 들여다보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버드 전집에 포함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글을 전집의 각권에 대한 예고편처럼 대하기도 했다. "프랭클린의 책은 너무 딱딱하고 잘난 척 하는 것 같아, 나는 안 읽어야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마치 사도 바오로의 글 같은 느낌인데? 나도 한 번 읽어봐야지!", "데카르트는 역시 잘 났구나. 매우 논리적이지만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네. 나중에 똑똑해지면 읽어야지" 등등.

이 전집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처럼 익히 알려진(그러나 실제로 읽는 사람은 드문) 작품도 있고,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책들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도 지적하듯이 고전이나 역사를 접하다 보면, 우리가 너무나당연시 여기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예로 민주주의)이나 개념(인권, 자유)등이 애초부터 당연한 것이 아니라, 긴 역사 속에서 앞 선 사례들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나왔음을 깨닫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 당연히 여기고 있는 개념이 완벽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개념으로 대체되고 후세인들에게 "아니 왜 대체 그런 것이 있었던 거야?"라는 핀잔을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봉건시대에 존재하던 신분제처럼.

저자는 "온순한 젊은이들은 키케로, 로크, 베이컨이 서재에서 그 책들을 썼을 때 고작 젊은이였다는 사실은 잊어버린 채 서재에서 성장한다"라는 에머슨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 자신을 포함한) 우리가 고전을 읽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고전을 뛰어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다. 물론 대단치 않은 젊은이에 불과한 필자에겐 그런 학자들을 뛰어넘는 일은 커녕 따라잡는 일만으로도 벅차지만.



전집, 편집자는 왜 이 책을 골랐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버드 클래식 전집, 총 50권. 5피트 책꽂이라는 별명이 있다

필자는 사실 전집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 몇 번 학교에 '잡상인'이 와서 전집류를 선전하면 마음을 뺏겨 부모님께 사달라 조른 적은 있지만, 부모님께서는 손 한 번 안 타고 이사 때 버려질 책을 사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필자도 머리가 굵어진 이후로는 전집을 굳이 사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따라서 전집을 독파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전집의 의의를 좀 알게 되었달까? 왜 편집자는 이 책을 포함시켰을까? 왜 비슷한 저 책은 전집에 포함시키지 않았을까? 왜 편집자는 각 권을 이 같은 순서로 배치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저자를 접하다보면, 전집 편찬이 단지 고전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를 가진 제 2의 창작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버드 클래식 전집은 완벽한 전집이 아니다. 이 전집은 발간시기인 20세기 초의 일반교양을 담고 있다.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시대의 지성까지 담은 새로운 전집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전집에는 인류 역사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지성을 온연히 담기 위해 편집자는 수많은 고심을 하며 책을 선정하고, 배열하고, 서문을 써내려 갈 것이다.


이 글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제겐 홍삼처럼 힘이 나게 해주는 추천이랍니다! >_<

Writer profile
author image
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9/19 22:56 2010/09/19 22:56

Trackback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도서출판 더숲 2011/11/04 1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D 도서출판 더숲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 이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4418315&orderClick=LAG 관심 있게 한 번 살펴봐주세요. ^*^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