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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5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미국인도 모르는 미국 이야기 (10)
빌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빌 브라이슨, 박상은 옮김, 21세기북스, 2009)

유머 가득한 귀여운 투덜거림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포스트에서도 열렬히 찬양한 그의 유머와 위트는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그의 투덜거림을 킥킥대면서 읽을 수 있다. 그의 솔직함이 부러운 적도 많다. 그가 서슴없이 귀찮은 점원 때문에 '울든가 살인을 저지르든가' 해야겠다라고 했을 때!! 비난받을 것이 뻔하여 어디가서 얘기하진 않지만, 필자는 오케스트라 공연 중에 기침을 시원히 하는 사람들 입을 가서 아주 막아주고 싶은 충동이 든다. 사랑스런 룸메님을 제외하고 필자의 수면 시간에 코고는 사람들의 숨통도 같이. 뭐, 변명하자면, 그런 사람이 나 뿐은 아니지 않은가? 뮤지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적씨도 그의 단편 스토리에서 영화 도중 시끄럽게 구는 사람을 "제대로" 처단해 주시지 않았던가?



악법도 법이다, 무조건 절차대로!

원서 제목은 "I'm a stranger here myself"다. 저자가 미국인으로 태어나 자란 이후 영국에 정착해 살다 어떤 계기로 20년 만에 고국에 다시 돌아와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칼럼을 쓴 것을 모은 책이다.

미국인 특유의 "쾌활함"과 친절함으로 영국인 부인은 더 없이 행복하다는 이야기, 우체국 감사의 날에 무료로 주는 간식과 휘양찬란한 스낵 코너들은 칭찬 대상이다. 그러나 철저한 관료주의에는 자국민인 그마저 넉다운이다. 5살 꼬마 아이에게까지 "테러 의사가 있습니까? 미국 내에서 중혼 계획이 있습니까?"하고 물어보는 이민국 직원 이야기며, 사진 상의 3mm 차이로 서류를 죄다 반송하는 정부 부처, 영국인 부인이 미국에 오는 서류 절차가 6개월이 걸린 사연 등등, 미국의 관료주의에 지친 그의 절규가 절절히 느껴진다. 자신의 '미국인' 아이들이 영국 입국 할 때의 융통성("저의 상관이 얼마나 머물거냐 물으면 2주라고 답하세요")과 대비되어 더욱.

이번 학기 시작하며 지도 교수님이 바뀌어서 수강신청 변경과 졸업사정서 작성하느라 과 사무실과 학적팀, 교수님 연구실을 동분서주 다니느라 하루를 다 써버렸던 건 차라리 다행인걸까. 한 학년 300명인 포항공대의 학생이 해주었던 말이 생각난다. "사감선생님과 친해지면 선생님이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걸 학교 모든 걸 뚫어주셔." 효율적이기 위해 세운 시스템이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건, 일정 크기 이상의 모든 사회에 적용되는 어쩔 수 없는 일인가?



기계의 아이러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편하자고 만든 기계이건만..

필자도 한 때 기계병에 걸려있었다. 왜 있지 않은가, "이럴 땐 이 기계를 써주면 더 편해. 최대한 기계를 이용하자구, 그럼 우리가 손 쓸게 뭐있어? 내 주변을 무인화 공장으로 업그레이드 하자구!". 저자가 보는 미국인들의 태도 역시 그렇다는 거다.

우리는 편리성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에 따르는 모든 불편함을 가수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시간을 절약해주고 우리 삶을 보다 단순하게 해준다고 하는 것들이 사실은 그와 반대되는 효과를 낼 때가 많다. 왜일까?
(중략)
요즘 우리는 자동으로 고양이 먹이를 덜어주는 기계와 전기 믹서기, 전기 깡통따개, 저절로 얼음이 만들어지는 냉장고, 치약을 묻혀서 나오는 일회용 칫솔 등 어이없을 정도로로 시시콜콜한 데까지 신경을 쓴 온갖 제품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람들은 편리성에 중독된 나머지, 노동력을 절감해주는 기구를 더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더 열심히 일해야하고, 더 열심히 일할수록 노동력을 절감해주는 기구를 더 많이 갖춰야하겠다고 느끼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사람의 수고를 덜어준다고만 하면 그 어떤 어이없는 발명품일지라도 반드시 사용자가 나타날 것이다.
(p. 209~11)
이 글은 십년 전 이야기니 전기 믹서기는 봐주자, 그래도 저자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 이는 마치 강의록을 받아적기 위해 노트 대신 굳이 랩탑을 들고와 노트패드에 입력하는 꼴이다. 노트패드 프로그램으로 받아적을 바에야 리갈패드에 손으로 적어쓰는 게 낫지 않을까?



그의 영국인 부인을 감동시켰던 인삿말로 나도 이 글을 마무리 해보려 한다. (영국인들은 안 쓰나?)
좋은 하루 보내시길. Have a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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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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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5 22:49 2010/03/0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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