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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6 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12)
미쳐야 미친다미쳐야 미친다 - 8점
정민 지음/푸른역사



이 책은 지식인의 서재 정재승 교수님 편에서 보고, 나도 읽어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 빌려온 책이다. 사실 이 책이 학교 도서 추천 목록주1에 올라 있는 걸 오래 보아왔지만, 개인적인 기억 때문에 거부감이 들었다. 이 '불광불급(미쳐야 미친다)'이란 말을 처음 들어본 게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이 말을 알려주신 국어 선생님의 결론은 (고등학교 선생님으로서는 당연하게도) '미치도록 공부해야 명문대에 미친다' 였기 때문이다.....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6-24T17:47:520.3810

조선 르네상스, 미친 학자의 등장

이 책이 다루는 시점은 실학이 등장하던 이른바 '조선 르네상스' 시대와 일치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까지 유학자들에게 학문은 수신(修身), 즉 나를 닦고 올바르게 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을 학문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 때부터 한 가지에 몰두하는 선비들이 등장했다. <책만 보는 바보>주2에서 익히 익숙해진 간서치 이덕무처럼 책에 몰두하는 선비는 물론이고, 담배의 역사를 책으로 엮어낼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이옥이나 부스럼 딱지를 열심히 먹어대던 유옹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런 마니아, 혹은 쉽게 말해 또라이 기질이 조선 선비들에게 있다는 게 자못 흥미 진진했다.



꿈에서 정약용을 만난 황상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이 책은 어떤 대상에 환장하는 벽(癖) 이야기만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남긴 책의 일부나 친한 문인들과 주고 받은 서찰들,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 지식인들의 교류에 합류해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관제엽서주3에 쓰는 것 마냥 함축적으로 시 같은 편지를 주고 받았던 박지원과 박제가의 척독도 즐겁게 읽었지만, 가장 인상 깊은 교류는 정약용과 그의 제자 황상의 이야기였다. 황상은 정약용의 애제자라 할 만큼 오래 정약용 아래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하던 때의 제자다. 그렇지만 황상은 정약용을 평생 마음 깊이 존경했다. 둔한 자신에게 '오히려 둔한 사람이 글의 깊은 뜻을 음미할 수 있다'라며 위로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준 스승의 가르침이 그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정약용과 황상의 인연 만큼이나 정약용의 아들 정학연과 황상의 만남도 인상깊다. 스승의 10주기를 맞아 정학연을 찾아간 황상을 보고 신을 거꾸로 신고 뛰어 내려와 반긴 정학연. 황상의 손에는 스승이 죽기 얼마 전 주었던 부채가 들려 있었다.

예순이 넘은 두 노인의 이 애틋한 만남은 내 멘토 선생님과 당신의 따님 A양이 생각났다. 대략 한 세대 차이가 났던 정약용-황상과 다르게 필자의 멘토 선생님과 필자는 반 세대, 15살 차이다. 그러다보니 필자는 멘토 선생님을 스승만큼 큰언니로도 여긴다. 그래서 투정도 꽤나 잘 부리고, 때론 선생님의 투정(?)도 받아드리고는 한다. 또 따님과도 14살, 반 세대 차이가 난다. 특히A양은 내게 유일하게 "예뻐요", "공주 같아요",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라며 애정을 드러내 주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도 A양이 한 없이 예쁠 뿐이다. A양이 그러고 싶어 한다면, 그리고 내가 그럴 수만 있다면, 선생님께서 날 변화시키고 롤 모델이 되어주셨던 것처럼 A양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렇게 된다면 황상이 정학연, 정학유 형제와의 만남을 <정황계안>에 실었듯 나 또한 글로 남겨야 하나? 그럼 <고이계안>주4 쯤 되려나?



귀여운 선비님들

누가 남자는 영원히 철들지 않는다고 그러던데, 정말 철이 안 듣다는 뜻은 아니라 나이가 먹어도 신기한 것을 좋아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같은 모습이 남아 그럴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철들지 않은' 선비도 등장한다. 필자는 그림자 놀이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다산 정약용의 모습에 '풋, 귀여운 걸!'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밤 중에 친구를 끌고 와서 '이 것 봐라~'하는 웃음을 머금고 일렁이는 촛불 따라 너울너울 춤추는 국화 그림자를 보여 줬을 다산. 혼자 이걸 발견하고서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다음 날 밤까지 얼마나 해지기만을 기다렸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날 수 밖에.




사대부. 유학자. 자못 딱딱하게만 인식할 수 있는 조선시대 학자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유머 속에서 더욱 빛나는 그들의 명철한 지혜를 만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왜 정재승 교수님이 추천하셨는 지 알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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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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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지식인의 서재에 올라온 추천 도서 대부분이 이 목록과 겹친다. 아마 정재승 교수님이 학교 도서 추천 목록 작성에 참여하신 게 아닐까 추측 중이다 [Back]
  2. 안소영, 보림, 2005 [Back]
  3. 이마저도 이젠 옛날 일이 되어버렸지만 [Back]
  4. 필자와 A양은 고 가(家), 선생님은 이 가(家)다. 사부님이 필자와 같은 고 씨라 A양과 같은 성씨다. 멀테지만 친족이라 할 수도 있겠다 [Back]
2010/07/06 10:12 2010/07/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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