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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5 초콜릿 전쟁: '미국의 금서'로 꼽힌 문제작 (10)
초콜릿 전쟁

(로버트 코마이어, 안인희 옮김, 비룡소, 2004)

학교 폭력의 또 다른 원천은 자주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하는 보통 학생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바로 이 그룹에 속한다. 그들도 사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골치 아픈 문제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피하고, 가능하면 다른 사람 눈에 안 띄게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보호하고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기만을 바라는 아이들이다. 그들은 힘 앞에 굴복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자들을 돕는다. 그러나 군중심리에 휘말렸을 땐 그들도 속에 든 무서운 폭력 성향을 드러낸다.
-옮긴이의 말
보통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으로 시작하는 성장소설들은 솔깃하면서도 괜히 어깃장을 놓고 싶은 마음이 든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의 후광효과를 노리는 이런 마케팅이 싫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30여년을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이 "권력구조 폭로"주1 이야기에 구미가 땅겨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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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대(Vigils)와 트리니티(Trinity)>
원문에서는 vigils라고 하는 이 조직 이름은 '야경대'라 번역되어있다. 때문에 나는 처음 이 이름을 듣고 Nightwatch를 떠올렸다. 더구나 이 소설은 여러모로 파시즘을 교실실험으로 가지고 들어왔던 '파도'를 떠올렸기 때문에 야경대란 이름은 비밀경찰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야경대는 비밀경찰과는 다르다. 정치권력에 속해있던주2 경찰과 다르게 야경대는 독자적이고 비공식적인 조직이다. 소설의 발단은 이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단체가 교감이라는 '공식' 권력과 공생관계를 맺게 되면서부터다.  

자, 이 소설의 배경이 Trinity 고등학교라는 점을 보자. Trinity. 우리 말로하면 삼위일체다. 처음에는 이 학교 정신 "하면 된다"다 마치 Trinity의 존재같다라 생각했다. 교리를 처음 접하면 갸우뚱하게 되는 것 하나가 바로 Trinity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셋이면서 하나라는 이 개념은 비논리적이지만 그래왔기 때문에 받아들이게 된다.주3

다 읽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Trinity는 권력의 Trinity를 뜻하지 않았을까 싶다. 야경대와 교감을 비롯한 교직원,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에게 굴복하고 따르는 대다수의 학생. 권력이란 그 권력에 굴복하고 따르는 이 없이는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밀그램의 실험

권력 앞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미약하다

<스탈린 밀그램의 실험>
옮긴이가 표현한 대로 '다른 사람 눈에 안 띄게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보호'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학생들. 그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 대다수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역사적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 10%였던 나치당이 비인간적인 폭력을 휘두를 때 이를 방관했던 90%의 독일인들. 그리고 밀그램의 실험에 참가했던 이들.

역설적이게도 소설 초반, 교실에서 '파도' 를 연상시키는 작은 파시즘 실험을 벌여서 권력자에게 동조하는 대중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학생들에게 보이는 이는 레온 교감이다.

우리라고 과연 다를 수 있을까?
나는 자신없다. 더구나 이 야경대는 더욱 교묘하다. 초콜릿 판매를 거부하는 제리에게 물리적인 보복만 하지 않는다. 더 무서운 것은 심리적 압박이다. 그를 제외한 전교생이 초콜릿 판매 임무에 동조하고 완수하게끔 만들어 주어 그로 하여금 저절로 '결국 초콜릿을 팔아야했어'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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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그 달콤 씁쓸한 보상>
애초에 레온 교감과 야경대의 공생관계가 이루어진 것은 '인정'이었다. "너의 영향력을 인정한다" 그 한 마디에 리더주4 아치를 흔든다. 사람 다루는 재주로 그 어떤 물리적 폭력없이 assigner자리를 꿰고 찬 이 아치 역시 레온처럼 '인정'이라는 보상을 주요 무기로 삼는다. "넌 초콜릿 일을 잘 처리했어"라는 한 마디는 온갖 회계일을 다 해놓고도 교감으로부터 "잘했다" 한 마디 듣지 못한 브라이언을 제비뽑기 일에 끌어들였다.

이 소설이 작가의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실제 일어난 '초콜릿 판매 행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지만, 판매되는 물건이 초콜릿이라는 것이 우연히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인정이라는 보상이 이끄는 어두운 권력투쟁은 마치 다크 초콜렛의 쓴맛같지 않은가?


<구버, 가장 소심한 형태의 반발>
사건의 중심에 있던 제리 르노의 친구 구버. 자기 자신을 실제보다 착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대어 필자는 본인과 가장 닮은 캐릭터를 구버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잘못되었고 이에 동조하고 싶지 않다 여겼다. 그가 한 일은 수동적인 반발이었다. 더 이상 초콜릿을 판매하지 않기. 이로해서 제리에게 지지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여겼다. 그러나 야경대가 판매량을 할당하여 구버가 50통을 판매한 것으로 장부에 올릴 때 그는 분노를 느낄 뿐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학교 일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풋볼과 육상을 그만 두었다. 그 뿐, 사태를 되돌이킬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사실 그가 한 행동만으로도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들이다. 그리고 실제 그처럼 제리에게 동조하는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야경대가 긴장하고 다음 작전을 펼친 것이다. 나치당이 자리 잡을 때 스위스로 망명했던 독일 지식인들이 구버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존재하는 공생권력 구조, 드러나지 않는 강요 - Do I dare disturb the universe?>
Do I dare to disturb the universe?

내 감히 우주를 어지렵히랴?

'제리의 사물함 안 쪽에 걸어놓은 포스터에 쓰인 문구로, T.S.Eliot의 싯구다.
'파도'에서는 교사가 주창해서 생긴 권력구조였다면, '초콜릿 전쟁'에서 권력 구조와 '트리니티 정신'은 캐릭터들이 입학하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권력구조가 잡혀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세상(universe)에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트리니티 학교에 '트리니티 정신'이 있다면 한국에는 '애국심', 미국인들에게 'patriotism', 각 종교에는 '종교적 신념, 규율' 등이 있을 것이다. 사소하게는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것에서 태클을 받는 것주5("어떻게 한국인이 김치를 안 먹니?")부터 연예인들의 '공인의 의무'주6 사회의 기대치를 배신하면 사는데 귀찮은 일들이 생긴다.

때로는 이 귀찮은 일들이란 게 수위가 높을 때도 있다. 물리적 폭력이나 법적 조치도 그렇지만, '심리적' 게임에 말려드는 일 또한 그렇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이 정신적 피해는 가해당했다는 증거없이 스스로를 파멸의 길에 접어들게 할 수 있기에 더더욱 무섭다. 제비뽑기 게임에 나오게 된 제리와 에밀이 그러했고, 자신의 추악함에 떨어야했던 오비가 그랬다.

비록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제리 르노는 힘없이 쓰러졌고, 야경대는 레온 교감의 보호로 그 존재를 이어간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30여년 동안 검열과 숱한 견제에도 불구코 살아남고, 이 먼 곳 한국의 독자에게까지 다달았으니 이 소설의 인생은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무거운 마음을 위로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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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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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드라마 '남자이야기'와 '히어로'를 사랑해마지 않는 필자는 이런 테마를 꽤나 좋아한다 [Back]
  2.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언할 수가 없다. 필자의 상식부족을 겸허히 인정한다 [Back]
  3. 부디 모든 기독교 신자님들 고정하시길. 필자도 카톨릭 신자입니다. 여기서 "비논리적"이라고 했지, 그 개념을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오독으로 인한 폭주는 상대하지 않습니다 [Back]
  4. 원문에서는 assigner라 지칭한다. 실제적 권력은 아치에게 있지만, 카터라는 소년이 president를 맡고 있다 [Back]
  5. 필자 이야기다. 예외적으로 열무김치와 익힌 김치, 겉절이와 백김치는 먹지만 일반적으로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Back]
  6. 필자는 연예인은 "연예"인이지 공인이라 생각지는 않지만, 쩝. Do I dare disturb the universe? [Back]
2009/12/25 19:01 2009/12/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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