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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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3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15)
  2. 2010/02/24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 (11)
  3. 2009/09/12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9)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 10점
이태석 지음/생활성서사

필자의 고민 - 신앙인과 전문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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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톤즈의 선교 사제였던 이태석 신부

필자가 일을 하게 되면서 (블로그에 올리지 않았지만) 구호라든지, 원조 관련 책과 보고서 등을 (다 읽지는 못해도)빈번히 접하게 되었다. 이러한 책을 통해 전문가 입장에서 "올바른", "지속가능한" 도움이 어떤 것인가를 조목조목 따지는 글을 읽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를 집어 들었을 때, 사실 조금 어색했다.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1-01-22T20:38:050.31010
'어떻게든 되겠지, 판을 벌여보자'는 책무성(Accountability)주1을 중히 여기는 구호전문가라면 결코 지향할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예수님이라면..'이란 가정이나 '하느님의 사랑'이란 종교적 표현는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전문가의 책에서라면 절대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다주2. 그는 신부이다. 구호 전문가로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에 따라 그 곳에 있었던 사람이다. 때문에 이태석 신부의 "짠한 마음"이 (필자가 글로 익혀온) "권리주체자로서 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 필자는 객관적인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그렇다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되짚어보면, 필자가 구호활동을 하는 NGO에서 일하게 된주3계기는 어떤 '천명(Bliss)'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천명 역시 필자가 믿는 신으로부터 왔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고 독실한 신자도 아닌 필자가 신앙인의 자세로 일할 것인가? 그것 또한 아니다. 종교를 초월해 활동한다는 기관의 입장 때문만도 아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필자로서는 전문지식에 많이 목마른 상태이기도 하며, 속내를 까보면 남들에게 '신자'라고 밝혀도 될까싶은 의심많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바라보는 동시에 필자를 이 곳에 있게 한 신앙에도 솔직하고자 한다. 책무성 있게 업무를 수행하는 일이 필자를 이 곳에 있게 한 근본적인 힘을 부정하는 일은 아니니 말이다.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것

마음에 오신 예수님 때문에 더이상 이전처럼 대충 살지 못하고 아파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에선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는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는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 본문 중(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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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십자가를 제대로 지고 있을까?

굳이 종교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21일)은 필자의 영명 축일이었다. 그 날 저녁, 필자의 축일을 핑계로 함께 차를 들었던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종교가 아니었으면 완전 '즐겁게주4' 살았을 거에요. 진짜!

그 임팩트가 다음 날 책을 마저 읽는 데 되살아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짜!"를 외치던 그 분에게서 이전처럼 대충 살지 못한다는 말이 무엇인가 새삼 와닿았다.

그렇다면 필자는? 필자는 세례 이후주5, 아니 순례길에서 그 분의 존재를 느낀 이후, 얼마나 다르게 살고 있는가? 말로만 그 때가 터닝포인트였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냉담했던 시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NGO에서 일한다는 것으로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통채로 대충 퉁쳐버린 것은 아닌가?



신앙인으로서도, 소명을 가져하는 직업인으로서도 처음을 돌이켜 보게한 책이었다. 잘 풀리는 일마다 그 분의 도움이라 여기는 부분은 기독교적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쫄리 마이 파더"라고 술주정 부리는 소년병 출신 아이에게 "낙서장 같은 어른"이 되고싶다는 이태석 신부의 바람은 독자가 어느 믿음을 갖건 크고 작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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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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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측정 가능한 성과를 달성하는 것과 관련된 가치 [Back]
  2.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 말조차 필요없을 만큼 당연한 소리지만, 필자는 오히려 가까운 위치이기 때문에 어색함을 느꼈을 것이다 [Back]
  3. 그렇다고 필자가 직접 구호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활동"도" 하는 NGO"에서" 일한다는 뜻이다 [Back]
  4. 이 문맥에서 즐거움은 쾌락이다 [Back]
  5. 카톨릭에서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공식적으로 신자가 된다 [Back]
2011/01/23 05:38 2011/01/2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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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과 핸드폰 2011/01/23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을 읽고 너무 감명받았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