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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5 탐욕의 시대: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14)
탐욕의 시대탐욕의 시대 - 10점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


인권, 프랑스 혁명을 되돌아보다

책은 프랑스 혁명 이야기로 시작한다. 프랑스 혁명은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서 드러나듯 혁명이 진행되며 잔혹한 면모도 띄긴 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인권이 있었다. 저자는 프랑스 혁명과 함께 나타난 행복 추구 권리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짚으며 여전히 아이들이 주린 배를 붙잡고 잠들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을 느껴보라 요구한다. 도대체 이들이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보는가?

자크 루의 주장을 들어보자. "특정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다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만들 때, 자유란 한낱 허울뿐인 유령에 불과하다. 부자가 독점을 통해서 동시대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장악할 때, 평등이란 한낱 허울 좋은 유령에 불과하다. 혁명의 반동 세력이 나날이 곡식의 가격을 쥐고 흔들어 시민들의 4분의 3이 눈물 없이는 식량을 조달할 수 없을 때 공화국은 한탙 유령에 불과하다."

놀랍지 않은가? 프랑스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코 그 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도 놀라우리만치 잘 들어맞는 이야기다. 다음 페이지에 이어지는 인용도 들어보자.
루이 드 생쥐스트가 자크 루의 말을 받았다. "자유란 먹고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나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러하지 않은가? 하루 종일 걸어 마실 물을 떠와야 하는 삶을 사는 사람은 비록 누군가의 노예가 아닐지라도 자유로운 사람이라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오늘 일 하지 않으면 내일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과연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을까? 이게 무슨 소리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지금 현재 아프리카 곳곳과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지 200여년이 흐르도록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부채란 악순환에 발목 잡힌 빈곤층

제 1장에서 프랑스 혁명을 시작으로 현재에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제 2장에서는 가난했던 국가 대부분이 여전히 가난한가를 짚어본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문제점이 부채다.

부채로 인한 가난의 덫을 개인이나 가정 단위로 보면, 아프리카가 아니라 바로 서울 산동네에서 찾아도 될만큼 전형적인 스토리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가족이 있다. 매일 이런 식이라면, 허리 띠 졸라매고 단 돈 천원이라도 꼬박 꼬박 모으면 몇 억 기부한 김밥 할머니처럼 돈을 모을 수 있을 터다. 그러나 인생은 평탄하지 않고 불쑥 불쑥 질병이라든지 사고가 끼어든다. 모은 돈을 쏟아 붓는 정도로 끝나면 다시 시작이라도 하련만, 그 것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빚을 진다. 그리고 급하게 빌린 돈은 늘 감당하기 힘든 이자가 붙어 돌아온다. 그리고 이자에 또 이자가 붙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각종 사고나 질병과 근접한 직업을 가지는 사람은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다.

국가 단위로 보자. 의료나 교육 등 기본적인 사회 복지가 갖춰지지 않아 다급한 국가일 수록 오히려 이 쪽으로 들어가는 예산이 적다. 국가 예산 중 가장 큰 부분을 부채를 갚는 데 써야 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경우 국내총생산에 50%가 넘는 부채를 지고 있고, 심한 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100%에 육박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국가의 국민이 게으르다거나,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착실히 부채를 상환하지만 부채는 늘고만 있다.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부채를 상환하고 있기 때문에, 자꾸만 더 높은 이자와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게다가 이들 나라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에 가장 중요한 비료 등 수입품의 가격은 치솟는다.

저자는 가난한 나라를 대상으로 부채를 탕감해줄 것을 요구한다. 부채 상환으로 인해 이들 국가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런 아이들을 모두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70억 달러 쯤이다. 이는 EU 국가 국민이 일년에 사먹는 아이스크림 값 정도의 돈이다. 이들 국가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부채가 300억 달러 정도주1다. 이 돈은 채무국의 국내총생산에는 2% 정도다. 2007년 증권거래소에서 증발한 돈이 3조 억원에 달했음을 생각하면 못 갚아줄 큰 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신봉건시대, 다국적 기업을 이야기하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 시대와 68혁명 시기를 지나며 잠시 노동자 계층의 숨통을 틔어주었지만, 21세기를 접어드는 현재는 오히려 역행하여 신봉건시대가 공고해지고 있다 한다. 그리고 귀족에 해당하는 '윗전'은 다국적 기업이라고.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예를 들고 있는 기업은 네슬레다. 네슬레는 분유가 모유보다 좋다는 은유가 담긴 광고를 공격적으로 내보냄으로써 분유 시장을 아프리카까지 개척했다. 이에 유럽은 모유가 분유보다 좋다는 과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꾸준한 불매 운동을 벌였고, 네슬레가 '분유가 모유보다 좋다'는 함의를 어떤 식으로라도 담은 광고를 펼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유럽과 몇 강국에서 뿐이다. 여전히 아프리카에서는 그런 식의 광고가 횡횡하고 있고, 병원에 분유와 우유병을 제공하고 분유에 단 맛을 넣는 방식으로 분유를 판매한다.

이 책이 나오던 때, 이러한 일을 두고 이탈리아에서는 네슬레 불매 운동이 있었다. 연대야 말로 신봉건시대에 시민(이면서 소비자)가 펼칠 수 있는 저항이 아닐까? 그런데 또 한 가지. 이제 노동 착취를 하지 않겠다고 중국 공장을 떠났던 리바이스를 다시 중국으로 보낸 사람 역시 시민이고 소비자였다는 사실. 근로자의 인건비가 높아짐에 따라 청바지의 단가가 높아지니 소비자가 외면하고, 이에 슬그머니 다시 중국 공장으로 되돌아갔던 사건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쓰고 있는 필자도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오천원짜리 홀리스 커피를 홀짝였다. 5,000원이면 폐렴 항생제를 두 명에게 투여할 수 있다지만, 일주일에 한 번 카페에서 책 읽는 호사를 저버리기엔 나 역시도 탐욕에 물든 수치스런 사람이다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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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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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이 책이 번역되던 해의 전년도인 2006년 기준의 수치 [Back]
  2. 이 책의 원제는 '수치의 제국'이다 [Back]
2010/09/05 19:44 2010/09/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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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1/01/06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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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아닌우현 2011/01/23 07:22  댓글쓰기  수정/삭제

      정말 그렇죠. 그러나 인간은 또한 탐욕의 자리에 이타심 역시 담을 수 있는 존재다, 라고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