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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7 확신의 함정 (8)

확신의 함정

2014/06/07 21:59
확신의 함정 - 10점
금태섭 지음/한겨레출판

실체적 진실, 그 미묘한 얼굴

<로앤오더>,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개과천선> 등 법정드라마를 따로 찾아보지 않는 필자도 보다 보면 법정드라마를 계속 보게 된다. 법정에서만이 아니다. 김지우 작가의 복수 3부작(<부활>, <마왕>, <상어>)이나 최근 <쓰리데이즈>, <칠흑>주1 등 '진실 찾기'를 큰 축으로 하는 드라마들까지 치면 우리가 사랑 받는 것 못지 않게 진실을 찾고 싶어라 하는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실체적 진실'이 얼마나 복잡할 수 있고, 우리가 쟁점을 논할 때 얼마나 쉽게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층위에서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러한 진실을 찾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가로 막는 장벽들을 꼼꼼하게 비판한다.



진실을 보려 노력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법률가의 입장에서 '좋은 사건'이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는 사건을 말한다. 사실관계에 대해서 관련된 사람들의 말이 일치하지 않아 격론이 벌어질 소지가 있고, 처리 과정이나 결론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의견이 있어서 논쟁이 가능한 사건이야말로 법을 바라보는 각양각색의 입장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 본문 210쪽

간첩음모 혐의로 처형당한 로젠버그 부부의 사건을 소개하면서 금태섭 변호사가 쓴 말이다. 꼭 이 부분이 아니어도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이러하다. 다양한 시선으로 보아라, 때로는 진실의 한 귀퉁이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 귀퉁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한 작가를 떠올렸다. 진실에 대해서 말한 사람이 아니라 어른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도 금태섭 변호사의 이야기와 놀랍게도 닮은 말을 했다. 2012년 <열한 살의 가방>을 낸 뒤 만난 황선미 작가였다. <열한 살의 가방>뿐 아니라 <나쁜 어린이표>에 등장하는 '덜 자란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어른스럽다는 것은 헤아릴 줄 아는 것이라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김흥구/세이브더칠드런,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2012 겨울호 소식지(Vol. 123)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라 어른다워야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어른이 아이와 다른 점은 경험이 많다는 것이고, 어떤 상황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이에요. 이는 곧 다른 사람의 처지나 행동을 쉽사리 단언하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자세이기도 하지요. '이런 아이는 나쁜 아이'라고 단정하기 이전에 그 이면의 이야기를 짚어볼 줄 알고, 자신이 했던 실수와 어려움을 떠올려보며 그 아이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인 거죠.

'단정하기 이전에 그 이면을 짚어볼 줄 아는 것'. 어른스러워지는 길과 진실을 찾는 길이 참 닮았다. 진실을 찾는 것이 어른의 의무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얼마나 어른스러울까? 우리는 아이들을 진짜 어른으로 자라도록 하고 있을까?


진실을 덮는 자들

많은 사람들이 사상·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면 학생들이 정치에 휩쓸릴까 걱정한다. 그러나 '중립'을 가장하면서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데 너무도 익숙해진 학생들, 그래서 학교가 공식 허락한 생각만이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걱정하는 이는 드물다.
우리는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하면 돌아오는 것은 답이 아니라 족쇄임을 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그랬고 미디어에서 '미련'했던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한다. 긴급조치를 비방한 자 역시 처벌할 수 있는 유신 시절 긴급조치도 허무맹랑하지만 더욱 답답한 것은 그 닮은 꼴이 21세기 지금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긴급조치야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저런 미개한 일도 있었군'이라며 넘어갈 수 있다만. 그러나 필자도 금태섭 변호사가 소개하는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아벨라르처럼 비겁하므로 불편한 침묵으로 이 단락을 마무리할까 한다.


언급하지 않으면 안될 이 책의 덕목

저자 서명

2013년 2월 마포구립서강도서관에서 강연을 했던 금태섭 변호사가 도서관 소장 도서에 남긴 저자 서명. 오는 10일 이후 마포구릡서강도서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 뒷표지에는 조국 교수의 추천사가 있다. "'문학청년'의 기질과 소양을 가진 저자가 쓴 책이기에 술술 읽히고 흥미만점이다." 조국 교수와 달리 금태섭 변호사보다 한참 어린주2 필자로서는 청년이란 단어만 빼고(ㅋㅋ) 100% 동의한다. 실제 사례를 가져오는 데 제한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독자의 흥미를 위한 것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이 책에는 각 쟁점을 '사람 이야기'로 확인할 수 있는 문학 작품들이 등장한다. 읽은 것보다 읽지 않은 책이 훨씬 많음에도 그의 흥미진진한 소개를 따라가다 보면 책 1권을 읽었을 뿐인데 5~6권은 읽은 기분이 들고,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 또 5~6개 늘어난다. 친절하게 책 뒤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작품들이 정리되어 있다. 단순히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는 사람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필자는 조만간 <시계태엽 오렌지>를 찾아보게 될 것 같다.



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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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다른 사람이 글을 너무 잘 쓰면 배가 아픈 속 좁은 글쟁이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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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드라마스페셜 2014.6.1 방송 [Back]
  2. 검색해보니 딱 20년 차이다. 20년 후엔 나도 그만큼 풍부한 이야기와 시각을 축적할 수 있을까? [Back]
2014/06/07 21:59 2014/06/0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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