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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7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 (14)
두 도시 이야기두 도시 이야기 - 10점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푸른숲주니어

아아젠의 섬에서 만난 찰스 디킨스

아아젠의 섬이란 블로그에 가끔씩 간다. 아아젠님의 리뷰는 스크롤 압박이 있을지언정 깊이 있는 해석 덕분에 그 작품을 (다시) 보고 싶게끔 한다. 2008년 푹 빠져있던 베토벤 바이러스 드라마 리뷰로 알게 된 블로그인데, 드라마 뿐 아니라 문학작품들의 리뷰도 있고 '연아신 찬양' 카테고리에는 김연아 선수에 대한 짙한 애정 담긴 글도 볼 수 있어 여러 재미가 있는 곳이다.

이 님의 리뷰 때문에 BBC 시대극에도 빠지게 되어서, North & South주1를 비롯한 숱한 드라마를 보게 되었고, 최근 본 작품이 찰스 디킨스의 Little Dorrit이었다. 그리하여 아아젠 님이 리뷰를 올리신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읽어보자 했던 것이다. 사실 순탄치는 않은 과정이었다.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책은 70년대 판으로 제목마저 "두 都市 이야기"로 (무려 한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게다가 리뷰에 나온 글을 보노라니 번역이 잘 된 책으로 보고픈 욕심까지 들었더란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읽겠노라 마음먹었던 때에는 적당한 번역본을 못 찾고 있었다. 그러다 몇 달 전 다시 생각나서 찾는데, 푸른숲에서 "청소년 징검다리 클래식"으로 나왔다. 유레카! -나이 스물 넷에 여전히 청소년 도서를 읽는다고 뭐라 마시길. 요즘 청소년 도서 정말 잘 나온다. 특히 푸른숲에서 나오는 청소년 도서들은 사계절의 1318문고들과 함께 늘 추천이다.

2007년에 푸른숲에서 나온 이 판은 작품 뒷 쪽에 친절한 해설이 시각자료들과 함께 있어, 작품의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 이 징검다리 클래식에서 나온 다른 문학작품들도 곧 찾아보게 될 듯 싶다.

아아젠님의 리뷰를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로 이동해보시길.

혁명의 이면- 피로서 갚는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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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 시기 단두대 처형이 이루어지던 모습

혁명의 분위기가 안개처럼 덮고 있던 파리가 등장할 때 가장 먼저 벌어지는 일은 드파르주의 술집에 배달되는 포도주 한 통이 거리 바닥에 쏟아진 일이었다. 빨간 포도주가 거리를 적시자마자 굶주림에 시달리던 파리 시민들이 거리 바닥에 입을 대고 열심히 핥는다. 이 모습은 제 1, 2신분에 처참히 짓밟히던 파리 시민들을 묘사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혁명의 도래와 함께 피로 물드는 파리를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복수의 화신'과 함께 반혁명 분자들을 처단하는 일의 중심에는 드파르주 부인이 있다. 프랑스 혁명 때 뿐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한 어느 난세에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사연을 지니는 이들이 있다. 드파르주 부인 역시 그런 인물이다. 그녀는 혁명의 중심에서 처단해야 할 인물을 고르고 이를 암호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귀족들에게 사무친 원한을 가진 드파르주 부인은 인정사정 없다. 자신들의 "정당한 복수"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나 '반혁명 분자'다. 이런 드파르주 부인의 모습은 찰스 디킨스가 본 프랑스 혁명의 잔혹함이라 볼 수 있다. 신분철폐를 들고 일어난 프랑스 혁명은 역설적이게도 귀족보다 훨씬 많은 수의 평민을 단두대로 보냈다. 대략 처형받은 귀족 수의 4배라 한다. 디킨스는 이런 끔찍한 역사의 단면을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복수의 종결: 마네트 박사와 시드니 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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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엔딩 장면. 이들은 서로에게 가해자이고 피해자였다.

필자에게 대부분의 복수극은 김지우 작가의 두 작품 <부활>과 <마왕>을 떠오르게 한다주2. 이 두 작품에서 드러나듯 복수는 복수로 종결되지 않는다. 복수 때문에 다시 불러들이는 불행 때문에 복수는 필연적으로 악순환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순환고리를 끊는 것이 용서이고 사랑이다.

두 작품과 달리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복수의 주체와 피해자 간의 직접적 화해는 이루어지지 못한다. 대신 시드니 카턴의 희생으로 마네트 박사의 가족이 함께 파리를 벗어나게 된다. 시드니 카턴은 마네트 박사의 딸이자 찰스 다네의 아내인 루시를 사랑하는 남자다. 그는 루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확장해 자신의 연적인 찰스 다네 대신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드니 카턴 뿐 아니다. 늘 친절하고 마음을 써주는 자비스와 프로스가 있기 때문에 마네트 박사 가족이 혁명의 광풍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물론 역사적 맥락에서 프랑스 혁명을 종결지은 것은 사랑이 아니였지만.


디킨스는 이 소설을 쓸 무렵, 가난한 사람들의 심리와 분노를 느껴보겠다고 거지 차림으로 나타나 자기 집 하인에게 문전박대를 당했다. 바닥에 내팽겨친 후에야 자신을 드러내 하인을 당황케 했던 그가 표현해낸 드파르주 부인이 악인임에도 불구코 이해 못 할 캐릭터가 아님에는 그의 이런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아닐까. 졸업 연구가 끝나면 BBC 시대극으로 나온 The Bleak House를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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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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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필자의 Favorite 드라마가 되었다 [Back]
  2. <부활>이란 작품을 통해 드라마를 작가 이름 보고 고르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Back]
2010/04/17 12:59 2010/04/1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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