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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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31 침묵의 시간 (14)
  2. 2009/08/13 어서 말을 해 (15)
  3. 2009/08/11 너는 스무살, 아니 만 열아홉 살 (3)
  4. 2009/08/09 모래도시의 비밀 (2)

침묵의 시간

2010/05/31 10:25
침묵의 시간침묵의 시간 - 10점
지크프리트 렌츠 지음, 박종대 옮김/사계절출판사

이 책에서는 무엇을 보아야하나?

사계절 1318문고는 모든 책을 챙겨보지는 못하지만 발견하는 대로 손에 집어드는 시리즈다. 필자가 정신이 아직 덜 자란 것인지 몰라도 1318 나이 대가 훌쩍 지나서도 주인공들의 힘겨운 성장에 감동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 때에도 주인공의 성장, 혹은 적어도 <초콜렛 전쟁>처럼 현실의 부조리를 깨달아가는 모습 등을 기대했다. 다 읽고 나니 왜 필자가 읽으면서 갸우뚱 했는 지 알겠다. 헛다리를 짚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이었다.

이 책의 화자인 크리스티안은 김나지움 13학년, 우리 나이 스물로 이미 어른으로 인정받는 나이다. 드라마틱한 성장의 시기가 좀 지났다주1. 회상 속의 크리스티안은 이미 표석 캐는 아버지를 훌륭히 보조하는 청년이다. 그러니 이를 덤덤한 목소리로 회상하는 크리스티안은 말할 나위 없는 어른이다.

슈텔라 선생님 역시 '로망스'에 나오는 푼수떼기 선생이 아니라, 이미 어른인 크리스티안이 사랑하는 동시 우러러 볼 수 있는 어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야!'하는 식의 유치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도대체 그럼 나는 이 소설에서 무엇을 봐야 하나? 답은 이 질문을 내려 놓을 때 찾아왔다.



http://elcamino.namoweb.net/tc/books2010-05-31T01:25:180.31010

절제된 감정으로 묵묵히 풀어내는 이야기

어른이 된 13학년 크리스티안의 회상은 담담하다. 가끔 슈텔라 선생님에 대한 감탄이 있긴 하지만, 여성 화자라면 호들갑 떨 주제에 대해서도 그는 상황묘사와 그 때의 생각을 옮겨 적기만 한다. 그런데 이 감정이 절제된 회상이 매력적이다.

옮긴이인 박종대는 이 이야기가 죽음으로 사랑의 절정이 영원히 지속되는 이야기라 표현한다. 마치 호박에 매몰된 곤충들처럼, 그들의 금지된 사랑은 불의의 사고로 영원한 비밀로 남겨지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은 슈텔라 선생님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추모사를 거부하고, 바다 위를 흘러가는 꽃을 보며 '내 젊음의 영원한 비극'으로 기억될 거라 적는다.

시간이 가도 변치 않을 비밀스런 사랑을 요란하지 않게 담담히 풀어내는 드라마. 아마 이 노작가의 작품에서 보아야할 것은 이 것이 아니었을까. 자살을 감행하며 요란스러운 유서를 남긴 베르테르가 버거웠던 사람이라면, 이 노작가의소설을 통해 죽음을 통한 영원한 사랑을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덧, 지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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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아닌우현.

책은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체인 동시에 삶에서 가장 쉬운 도피처라고 믿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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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필자는 이 나이 때부터 개념이 들어섰지만, 서구 아이들은 빠를테니;; [Back]
2010/05/31 10:25 2010/05/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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